전국 버스와 택시, 수도료, 통행료 등의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거나 예고돼 서민 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서민의 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4∼5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서민 가계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대구는 2013년 1월 이후 5년 10개월 만에 택시 기본요금을 기존 2,800원에서 500원 올릴 예정이다. 따라서 내달 1일부터 대구 택시 기본요금은 3,300원이 된다. 주행 요금과 시간 요금도 134ｍ에 100원, 32초당 100원으로 14.1％ 오른다. 대구 택시 1회 평균 이동 거리(4.38㎞) 기준으로 4,500원이던 요금이 5,100원으로 600원 오르는 셈이다.
경기도도 내년 1월부터 택시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인상 폭에 대한 최종용역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8.5％의 인상요인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기존 3,000원에서 3,250∼3,300원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택시요금 인상은 2013년 10월 이후 5년 만이다.
서울시도 택시 기본요금 3,000원을 최대 4,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택시의 심야할증 시간도 기존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앞당겨진다. 서울 택시요금은 2013년 10월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올린 뒤 5년간 동결 상태다.
다만,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지자체들은 요금은 올리더라도 일정 기간 사납금을 올리지 않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요금을 올려도 택시회사가 사납금을 함께 올리면 기사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서비스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인천, 광주, 대전, 경남, 제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택시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을 완료했거나 의뢰했다. 지자체 차원의 용역이 끝나면 시·도의회 보고·심의 등을 거쳐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실제 택시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달부터 강원 시내·농어촌버스 요금이 올랐다. 버스 요금인상은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춘천, 원주, 강릉, 삼척 등 통합시 일반버스 요금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7.7％ 올랐고 좌석버스는 1,800원에서 2,000원으로 11.1％ 올랐다. 일반 시군의 일반버스 요금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좌석버스는 1,7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16.7 ％와 17.6％ 올랐다. 중·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은 각 20％와 50％ 할인이 적용된다.
시내·시외버스 파업 국면도 향후 추가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인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라 시내·시외버스들은 파업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달 파업 직전까지 갔던 경북 포항 시내버스는 격일제 근무 대신 1일 2교대제로 바꿔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는 것에 합의해 일단 파업 위기는 넘긴 상태다. 그러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과 임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 측은 “급여가 오르더라도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근로 일수가 줄어듦에 따라 버스 기사 급여 인상 효과는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충남지역 버스는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임금인상에 최종 합의하면서 극적 타결 됐다. 파업 철회로 위기는 모면했지만, 버스 요금인상이 대안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충남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하루 평균 임금이 낮아지면서, 일평균 임금에 근거해 지급하는 퇴직금 수급 신청도 급증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가뜩이나 경유 가격과 원자재 인상에도 요금은 6년째 그대로여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상하수도 요금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충북도 11개 시·군 중 청주시와 보은·영동·증평·괴산·단양군 등 6개 시군의 상수도 요금이 인상되거나 내년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경기 수원시도 이달부터 상수도 요금을 평균 3.4％ 올려 1t당 470원이 됐다. 가정에서 20t을 사용하면 기존 8,600원에서 800원이 오른 9,400원을 내게 됐다.
서울, 경기 수원·광명도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 상수도 요금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취지는 생산원가를 크게 밑도는 수도 요금을 현실화하자는 것이지만 서민 가계의 부담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달부터 서수원∼의왕 민자 도로와 남양주 덕송∼내각 고속화도로 통행료도 차종 별로 100원씩 올랐다. 경차는 50원이 인상됐다.
서수원∼의왕 간 민자 도로 이용 차량은 평일 14만대, 주말 10만대에 달한다. 따라서 이 구간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부담은 한층 더 커졌다.
한 시민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삶이 팍팍했는데 주 52시간 시행 이후 지갑은 더욱 얇아졌고 공공요금은 오히려 올라 살림살이 더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다원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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