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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개방화 증시의 빛과 그림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10월 들어 글로벌 증시 전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금리 급등이라는 분명한 조정의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시장이 이토록 급한 조정을 나타내고 있는 데는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에 영향을 받은 탓도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졌던 장기 강세장은 미국 증시 120년 역사상 최장 기간의 상승 장세였다.

주식시장에 100% 진리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많이 오른 주식은 결국 가라앉고 많이 떨어진 주식에서는 큰 기회가 생긴다’는 수익률의 평균회귀는 비교적 진실에 가까운 명제라고 생각한다. 햇수로 10년 오른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미국 증시는 통상적인 강세장의 범주를 넘어서는 매우 예외적인 초장기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미국이야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초활황 장세를 구가한 후에 나타나고 있는 조정이지만 한국 증시는 장기적으로 보면 별로 오른 것도 없는데 미국이 조정을 받을 때 같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급락으로 코스피는 7년 전의 레벨로 뒷걸음질쳤다.

게다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까지 하락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장부상의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도 장기적으로 오른 게 없기 때문에 한국 증시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나 버블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걱정은 나라 밖의 외풍으로부터 한국 증시가 자유롭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투자가들에 대한 개방화 정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한국 증시의 개방화는 매우 급진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한도가 완전 폐지됐던 시기는 1998년 5월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외환위기는 달러 유동성 부족이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났기 때문에 당시 한국 정부에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을 가로막는 거의 모든 규제를 철폐했고 주식시장 완전 개방도 이런 맥락에서 결정됐다.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었고 그 결과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주식 소유 구조로 이어졌다. 외국인투자가들을 매개로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전반의 움직임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형편인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떠올려보면 당시 코스피는 2,000대에서 940대까지 수직 낙하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한국 주가지수의 소위 ‘반 토막’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점이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미국 증시가 흔들린 여파가 그대로 한국 증시에 전해진 탓이다.

개방화가 늘 나쁜 것은 아니다. 미국이 돈을 풀고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한국이 최대 수혜국가가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없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9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순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방도가 높은 증시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글로벌 증시 동향에 민감히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국 증시에 내재된 리스크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미국 증시가 10년 강세장의 고점 부근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 향후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위험요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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