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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뷔트리히·챌피 교수 "노벨상 연구, 수많은 실패 속 우연한 발견 많아...포기 말아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한국과학주간'

"기초과학 튼튼하면 아무리 빨리 기술 발전해도 응용 가능

노벨상 연구, 수많은 실패 속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 많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22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노벨상수상자와의 대담에서 쿠르트 뷔트리히(왼쪽 네번째) 중국 상하이과기대 교수와 마틴 챌피(〃다섯번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국내 학자들과 대담하고 있다. 박상철(왼쪽부터) 전남대 의대 석좌교수, 이동수 서울대 의대 교수, 오유경 서울대 약대 교수. 뷔트리히 교수, 챌피 교수, 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배옥남 한양대 약대 교수. 박영우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사진제공=과기한림원




“노벨상 연구는 수많은 실험에서 실패한 끝에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지요. 과학은 천재만 할 수 있다거나 실패는 별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입니다.” (마틴 챌피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제가 스키 선수를 하다가 다쳐 몸에 관심을 갖고 아예 화학으로 전공을 바꿨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연구하다 보니 희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낼 수 있었지요.” (쿠르트 뷔트리히 중국 상하이과기대 교수)

지난 2002년과 2008년 노벨화학상을 각각 공동 수상한 쿠르트 뷔트리히(79) 교수와 마틴 챌피(71) 교수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이란 주제의 ‘건강한 삶’과 ‘포용적 과학’에 관한 대담에서 “노벨상을 받기까지 수많은 실험에서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챌피 교수는 “노벨상을 받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류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초과학을 충실히 해 기본을 튼튼히 하면 과학기술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발전해도 응용력을 기를 수 있다”고 지론을 피력했다.

핵자기공명(NMR) 분광법으로 단백질과 핵산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한 뷔트리히 교수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영주권과 1억8,000만원의 정착금을 받고 상하이과기대 산하 국책연구기관에서 ‘인간 세포 수용체 연구팀’을 지도하고 있다. 챌피 교수는 특정한 세포의 활동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녹색형광단백질(GFP)을 발견했으며 오랫동안 국제사면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몇 년 전부터는 미국 한림원 인권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쿠르트 뷔트리히 교수


우선 뷔트리히 교수는 기초과학 연구에서 질병과 관련된 문제가 적지 않게 해결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1980년대 말에야 알려진 광우병은 유럽 사람들에게 큰 공포를 줬으나 1995년 발병 원인인 단백질 연구를 통해 급속히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며 “1996년부터 화두가 된 골다공증이나 2016년 질병으로 등록된 근육감소증 등도 모두 단백질 이미징 기술을 통해 원인 분석이나 치료 등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건강과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 과학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며 “특히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기초과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진단을 받고 최대 10년까지 생존하는 등 환자는 물론 사회에도 큰 문제를 야기해 분자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빨리 연구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하다 다쳐 허벅지 둘레가 10㎝나 줄어드는 등 근감소증으로 고생했다”며 “이때 몸에 관심을 갖고 화학으로 전공을 바꿔 단백질을 연구했고 많은 실패에도 꾸준히 도전했다”고 소개했다. 과학은 우리 일상을 개선하기 위해 빅퀘스천(근본 질문)을 던지며 탐구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틴 챌피 교수


챌피 교수는 “찰스 다윈, 갈릴레오 갈릴레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는 천재라든지, 유럽에 뿌리를 둔 백인 위주라든지 속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노벨상 수상자들도 워낙 많은 실험에 실패했는데 성공한 실험에만 주목하고 조력 연구자도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창 시절 자신은 결코 천재가 아니었고 여러 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수많은 실패 끝에 성과를 올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챌피 교수는 자신과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시모무라 오사무 미국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지난 19일 숨졌다며 애도를 표한 뒤 그의 연구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시모무라 교수가 해파리가 움직일 때 녹색 빛을 내는 원인을 찾기 위해 20년 가까이 여름마다 미국 서부해안을 찾아 헤맸다”며 “연구에 성과가 없던 어느 날 “배고프고 힘들다. 집에 가서 저녁이나 먹자”며 샘플을 모두 싱크대에 버렸는데 우연히 파랗게 빛을 내는 것을 보며 성공의 단초를 찾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싱크대에 남아 있던 바닷물의 염분에 있는 칼슘 성분이 발광 원인이라고 생각한 뒤 파란색을 녹색으로 전환하는 해파리의 단백질이 있다고 보고 연구에 박차를 가해 형광단백질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챌피 교수는 “한국에서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고 과학자의 열정이 커 노벨상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도 거듭된 실험 실패 끝에 대학을 떠나 고교 교사로 근무하다 우연히 참여한 실험에서 자신감을 얻고 복귀해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왼쪽에서 여섯번째)가 쿠르트 뷔트리히 상하이과기대 교수(// 일곱번째) 등과 함께 22일 더케이 호텔에서 과기한림원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을 주제로 개최한 노벨상 수상자와의 대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과기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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