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민연금, 국가가 지급보장 넌센스…가입률 10% 勞, 대표성 있나"

■'연금개혁 성공' 핀란드·캐나다의 조언





지난 8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보험료를 2~4.5%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저출산·고령화·경제성장 둔화 등 삼중고로 적립기금이 바닥나는 시점이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추계에 따라서다.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은 전 세계의 과제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들끓는다. 나중에 돌려받는다고 해도 당장 돈(보험료)을 더 내라는데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오히려 ‘가입자가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다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불투명한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 불만 등이 큰 만큼 국민연금 재정이 적자가 나면 국가가 지급하도록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기금이 바닥나면 정부가 세금으로 지급하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달 중 국민연금 제도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즈모 리스쿠(Ismo Risku) 핀란드연금센터(FCP) 기획 국장.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리스쿠 핀란드 연금센터 국장

‘정부 책임’은 미래세대에 청구서

‘더내고 덜받는’ 긴호흡 수술 필요

이념에 좌우되는 개혁은 안돼

우리나라보다 앞서 연금 개혁에 성공한 연금 선진국들은 어떻게 했을까. 핀란드연금센터(FCP)의 이즈모 리스쿠 기획국장은 지난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지급보장 요구에 대해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말이 안 된다(doesn‘t make sense)”고 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이 내는 기여금(보험료)을 받아서 재분배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한국 국민이 받는 연금을 내는 것은 중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아닌 한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거나 세금으로 메우라는 것은 곧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연금 청구서를 보내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핀란드는 지난 20년간 광범위한 연금 개혁을 이뤄왔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금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3세로 높이고 조기퇴직연금 급여액을 깎았다. 이후 2016년 추가 개혁안에 합의해 수급연령을 65세까지 높이고 보험료율을 23.6%에서 24.4%로 인상키로 했다. 2030년부터는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액을 더 깎는다.

이렇게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의 동력은 노동자단체·사용자단체·정부 3자 협의체다. 특히 노동계의 합의가 결정적이다. 지난 2016년 개혁에서도 전문직 노조(‘Akava’)의 반대가 있었지만 다른 노조연맹들이 모두 동의하면서 안이 확정됐다. 리스쿠 국장은 “핀란드는 노조가입률이 70%에 가까워 노조의 대표성이 충분한데다 노조가 온건하고 실용적”이라며 “연금 개혁 이슈가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계의 반대에 연금 개혁 논의가 공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개혁특별위원회에는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총·민주노총이 참여하지만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은 10.3%(2016년)에 불과하다. 특히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한편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고 국가 지급보장을 명문화 하라는 입장을 공식화한 민주노총은 전체 근로자의 3.4%만 가입해있다. 리스쿠 국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노조가입률이 10%밖에 안 된다면 노조의 대표성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시아 빌리그(Assia Billig) 캐나다 금융감독청(OSFI) 보험계리국 국장 /사진제공=국민연금공단


빌리그 캐나다 금융감독청 국장

‘보험료 인상하되 속도조절’ 원칙

정부·국회 7년간 국민 설득 성공

신뢰 쌓아 세금 아닌 저축 인식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한 나라도 있다. 1996년 연금개혁에 착수한 캐나다는 2003년까지 보험료를 5.6%에서 9.9%로 올린 뒤 2014년 추가로 소득대체율(25%→33.3%)과 보험료(9.9%→11.9%)를 더 올리는 방안에 합의했다. 보험료 인상을 원치 않는 여론을 설득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그래도 결국 개혁을 관철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방향키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금융감독청 보험계리국의 아시아 빌리그 국장은 “주정부와 11개 연방정부가 모여 ‘보험료를 인상하되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과 목표를 우선 수립했다”며 “캐나다 국민들도 처음에는 보험료 인상을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 올리지 않으면 우리 자식 세대가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결국 이해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며 “국민들이 보험료를 세금이 아닌 연금저축으로 인식하고 정부에 맡기면 노후소득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