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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했는데...흔들리는 공직기강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만취운전

'심기일전' 워크숍 날에 음주운전

文 "엄중히 받아들여 단호대처"

김수현 "성과 낼 시기" 강조 불구

반부패 드라이브 급제동 걸릴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고, 조국 민정수석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3일 음주운전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청와대는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을 책임지는 청와대의 핵심 중에 핵심 인사다. 김 비서관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최측근으로 청와대 내 실질적 영향력도 상당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는 가운데 ‘다시 심기일전하자’는 취지의 현 정부 첫 청와대 전 비서관 워크숍을 열기로 한 날 이 같은 일이 터져 충격이 더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규정을 준수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어겼다는 점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2시부터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비서관 전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청와대 밖 행사로 기획했지만 이날 사고로 청와대 내 행사로 급하게 바꿨다. 임기 3년차인 2019년을 앞두고 국정운영의 목표와 과제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로 한때 80%를 넘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초반으로 하락하고 ‘반문연대’까지 결성될 조짐을 보이자 신발 끈을 다시 묶자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특히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지만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으로 빛이 바래게 됐다. 김 실장은 “자세를 가다듬고 더 분발하자”고 강조했다.

김 비서관의 음주는 문 대통령이 생활적폐를 임기 내내 청산하겠다고 천명(20일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일어난 일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 분야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며 공직기강의 철저한 준수를 주문했다. 또 최근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을 먹고 시민을 폭행한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터져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의 비위행위가 잇따라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권력 누수, 공직기강 다잡기 드라이브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 그야말로 ‘올 코트 프레싱(전면 압박)’을 해왔고 이 같은 기조를 적어도 2020년 4월 총선, 나아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추진할 방침이었다. 역대 정권 대부분이 공직기강 해이로 인한 대형 스캔들로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잃어왔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도덕성에도 상처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10월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강력 경고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차량에 동승했던 사람은 의전비서관실 여성 직원 두 명”이라며 “의전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다른 수석실로 옮기는 것이 결정돼 환송과 환영을 겸한 회식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차량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관용차였다. 김의겸 대변인은 “동승한 2명은 경찰 수사 결과를 본 후 징계절차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한심한 수준을 넘어 국민적 우려마저 낳고 있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들의 행동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 경제정책으로 매서운 한파 속에 손발이 얼어붙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 해이로 국민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청와대의 기강이 ‘만취 상태’인지 심히 의심스럽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얼마 전 우리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윤창호씨를 잃었다. 전 국민이 음주운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는 이때 청와대 비서관의 음주운전은 국민들을 망연자실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경호처 공무원이 시민을 폭행한 사건을 언급하며 “적폐란 적폐는 청와대에 다 있는 모양”이라며 “더 이상 부끄러운 청와대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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