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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지는 공공기관 직원들]"낙하산 수장 비전은 없고...향후 정치 행보에만 관심"

文 '팬카페' 수장 타이틀 달고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사례도

"현정부도 다를 게 없다" 비판







비상임이사는 공공기관장과 달리 국회와 언론의 제대로 된 인사검증도 거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에 참석해 약 3,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자리다. 강릉선 KTX의 탈선 사고 등을 통해 낙하산 기관장의 ‘전문성 부재’가 화두가 됐지만 국민 안전을 주요 목표로 하는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급으로 넓혀 보면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는 더욱 부지기수다. 한국안전시설공단의 A 비상임이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경남본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본부장을 맡았다. B 상임이사도 문재인 캠프 특보 출신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의 C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보좌관 출신이고 한국전기안전공사의 D 비상임이사는 전북도당 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E·F 비상임이사는 각각 경주 지역위원회와 대구 시당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한 정치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일반 사원이더라도 안전과 관련된 보직은 정규직으로 뽑는 것이 원칙이 되지 않았느냐”며 “국민의 재산이나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의 임원들은 최소한의 전문성과 안전에 대한 철학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팬카페’ 수장 타이틀을 달고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사례도 있다. 코레일유통은 문 대통령 팬카페 ‘문팬’의 리더로 활동한 G 이사를 올해 2월 코레일유통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코레일유통은 코레일의 자회사로 역사 내 편의점·카페 등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G 이사는 올해 회의에 7차례 참석해 평균 50분 정도 회의를 했지만 약 1,7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한 경력이 전부지만 ‘공공기관 업무에 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자, 유통 분야 전문가로 경영능력 및 리더십을 겸비한 자,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을 겸비한 자’ 등을 비상임이사 조건으로 내건 코레일유통 비상임이사 자리에 올랐다.



물론 낙하산 인사는 역대 어느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서 여전히 낙하산 논란이 인다는 점은 “야당 시절 낙하산 인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문재인 정부도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대표적이다. 이기우 전 사장이 ‘최순실 사태’와 연루돼 해임된 가운데 새로 들어선 유태열 사장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유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했고 사장 임명 전에는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바 있다. GKL의 업무인 관광 및 카지노 산업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다. 유 사장이 임명한 송병곤 상임이사 역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송 상임이사는 문 대통령이 설립하고 대표 변호사를 지낸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을 지냈다. GKL 노조 관계자는 “카지노 회사라는 특수성을 가진 GKL 대표이사로서 필요한 경영능력과 전문성, 비전 중 어떤 것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성각 전 원장이 물러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는 친문(親文) 인사로 분류되는 김영준 전 다음기획 대표가 임명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통해 ‘문화의 탈(脫) 정치화’를 주장했던 문재인 정권이 친문 인사인 김 원장을 앉히자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SNS본부 부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매번 낙하산 논란이 일 때마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성명서’와 ‘출근 저지’ 등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비전문가 출신이 기관장으로 오면 눈에 띄지 않는 안전 분야보다는 정치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나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들의 선거 출마를 위한 ‘중도 하차’도 논란이 됐다. 경기도의회 의장 출신인 유형욱 남부발전 상임감사의 경우 임기만료를 앞두고 19대 총선 예비후보등록 전날 사임했고 선진국민연대 활동을 했던 김광래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임감사도 강원도 교육감 출마를 위해 중도 사임한 바 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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