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이 캐나다 전직 외교관을 억류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캐나다 법원이 멍 부회장을 보석 석방해 사태가 어디로 번질 지 주목된다.
중국에 억류된 인물은 캐나다 외교관 출신으로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 고문을 맡고 있는 마이클 코프릭이다. 코프릭은 북한 관련 보고서 작성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가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주까지 홍콩에 머물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베이징으로 이동했으며, 10일까지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국민이 중국에 구금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캐나다 외교부도 억류 사실을 인지하고 중국 측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으며, 억류 캐나다인 가족에 대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미국이 캐나다 국민의 중국 억류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모든 종류의 자의적 구금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캐나다 정부는 중국이 멍 부회장에 대한 보복 조치로 코프릭을 억류한 것 아니냐는 관측과는 거리를 뒀다. 랠프 구데일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은 현시점에서 캐나다인 억류가 멍 부회장 체포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 생-자크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프릭의 억류가 우연일 뿐이냐는 질문에 “중국에 우연은 없다. 그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캐나다 당국이 코프릭 억류를 공식 확인한 뒤 캐나다 법원에서 멍 부회장의 보석을 허가해 코프릭 억류로 인한 파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됐다. 미국과 중국이 멍 부회장의 체포 이후 캐나다를 중간에 끼고 벌였던 신경전의 수위가 낮아질지도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코프릭 억류에 대한 후속대응으로 중국 여행주의보를 추가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이터통신은 멍 부회장 사태로 한 캐나다 기업과 중국 측 파트너 간 임박했던 거래 합의 서명이 미뤄졌다고도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 10일 멍 부회장 사태와 관련해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州) 무역사절단이 중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코프릭은 언론인과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2013년 캐나다 외교관이 됐다. 유엔에 이어 외교관직을 그만둘 때인 2016년에는 베이징과 홍콩 주재 캐나다 공관에서 근무했다. ICG 측도 성명을 통해 “마이클의 행방에 대한 추가 정보 확보와 그의 즉각적이고 안전한 석방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성명에서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베이징 주재 캐나다 대사를 초치해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멍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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