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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동영 대표의 말이 웃기지만은 않았던 이유

심우일 성장기업부 기자





“가족까지 포함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노동자보다도 숫자가 많은 대집단입니다. 그런데 소상공인에게 정치적 힘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약대(弱大)집단인 것입니다. 이 약대집단을 강대(强大)집단으로 만들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를 위해 연동형 비례제가 필요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송년의 밤’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한 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없어 소상공인의 민의가 국회 의석 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민평당의 사활이 걸린 연동형 비례제에 소상공인을 끌어들이려는 속내가 너무 들여다보여서였을까. 자리에 있던 많은 소상공인들은 정 대표의 입에서 ‘연동형 비례제’라는 단어가 나오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 대표의 말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정당은 특정한 계층 또는 계급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본가’와 ‘노동자’로 전선이 나뉜 한국의 양당제에서 소상공인의 이익은 과연 누가 대변하는가. 그런 맥락에서 정 대표는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며 각국에 노동자 정당이 생겼다”면서 “그러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식탁 의자는 없다”고 외쳤다.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는 데에 반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같은 자본에 맞서서도 자기 이익을 지켜야 하는 게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이 ‘제3의 계층’이라는 인식이 본격화한 계기는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직전이던 지난 7월11일 기자에게 “소상공인은 사업주라는 미명 아래 아무런 사회안전망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보다 귀족노조 조합원이 더 잘 사는데, 귀족노조는 왜 고통을 분담하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강한 노조가 있는 거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자본가’로 오해를 받으며 시달리고 있다는 피해의식은 소상공인들이 지난 8월 서울 광화문에서 “소상공인도 국민이다”라며 궐기할 명분을 만든 게 사실이다.

정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를 거론한 그날, 여당과 정부는 자영업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소상공인을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당정도 소상공인을 독립적인 사회계층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방아쇠를 당긴 게 최저임금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면 소상공인이 정치공학의 도마에 오른 배경, 나아가 소상공인 이슈로 불거진 사회갈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정 대표의 말이 그저 웃기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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