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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o-차기 하원의장 앞둔 펠로시]78세 '걸크러시' vs 72세 '폭주기관차' 새해 벽두 불꽃 튀나

국경장벽 예산 놓고 트럼프와 대립

셧다운 사태 새해까지 이어질 가능성

평범한 가정주부서 47세에 정계 첫 발

조지 W 부시 재임땐 이라크戰 반대

오바마 땐 '오바마케어' 통과시켜

인맥·추진력·자금력...타의 추종 불허

특유의 저돌성 '反트럼프' 선봉장에

탈세 등 대대적 압박...탄핵안 재점화





“척 슈머가 아닌 낸시 펠로시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갈등을) 지휘하고 있다. 표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태를 계속 이어가면 표는커녕 (펠로시는) 하원의장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의 책임을 돌리며 그를 향해 강력한 견제구를 날렸다.

국경장벽 설립 예산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야당인 민주당이 장벽 설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연방정부는 27일(현지시간)까지 6일째 셧다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 상원은 예산안 논의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했지만 곧바로 휴회했다. 상원이 오는 31일 오전10시까지 휴회하고 내년 1월2일 오후 예산안 심의를 계속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셧다운은 해를 넘겨 새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은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가 아닌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반(反)트럼프의 선봉장이자 1월3일 개원하는 차기 의회에서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펠로시야말로 2020년 대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부터 워싱턴 정가에서 맞닥뜨려야 할 가장 거대한 장애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는 소속 정당과 추구하는 정치노선은 정반대지만 특유의 정치 스타일과 협상력, 자신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다소 무자비한 공격 등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최근 멕시코 국경장벽 문제를 놓고 삿대질 직전까지 갔던 백악관 설전은 트럼프와 펠로시의 ‘강(强) 대 강(强)’ 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왼쪽부터)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과 관련해 공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DC= AP연합뉴스




78세라는 고령의 펠로시가 여전사와 같은 전투력을 과시하며 트럼프를 향해 뾰족한 날을 세울 수 있는 힘의 원천은 그가 걸어온 만만치 않은 삶의 궤적에서 비롯된다. 미국 정계의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여성차별)’을 깬 펠로시는 워싱턴에서 갖가지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독보적인 존재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47세에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보궐선거에서 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후 30년 넘게 이 지역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2007년 1월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성향이 강한 그는 30여년간 때로는 공화당과의 첨예한 대립의 선봉장을 맡으며, 때로는 민주당 내부의 반발 세력을 억누르며 거침없는 의정활동을 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이라크 내 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으며 사회보장제도 강화를 주장하고 감세정책에 반대하며 공화당과 사사건건 충돌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때는 민주당 내 반발을 잠재우며 공화당을 설득해 ‘오바마케어(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를 통과시켰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면서도 동성결혼과 낙태에 적극 찬성하며 저돌적인 진보 정치인으로서 일관된 면모를 보여왔다. 17선 경력을 자랑하는 그의 법안 추진력과 협상력, 방대한 인맥, 자금 결집력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이처럼 정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던 데는 그가 자라온 가정환경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1940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5남1녀 중 유일한 딸로 태어난 펠로시는 볼티모어시장과 민주당 하원의원을 지낸 아버지, 볼티모어 시장이었던 오빠를 둔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한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며 정계 진출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가족의 영향을 받아 워싱턴DC 트리니티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등 일찍이 정치에 뜻을 품고 꿈을 키워온 셈이다.

2010년 민주당의 하원 패배와 2016년 대선 패배 당시 용퇴설을 강한 카리스마로 물리친 펠로시는 이번에도 그를 하원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리려는 당내 반란세력을 잠재우고 사실상 하원의장 당선을 굳힌 상태다. 미국 하원의장은 관례상 다수당 원내대표가 당내 추대를 거쳐 맡기 때문에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찬성 정족수를 확보한 그는 새해 열리는 하원 전체 본회의에서 생애 두 번째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탁월한 정치감각과 탄탄한 내공으로 무장한 펠로시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전방위 공세를 주도하며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과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펠로시가 이끄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금까지 양원 다수당을 장악했던 공화당의 비호 아래 묻혔던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문제와 러시아 정치 스캔들, 정부 운영에 대한 소환조사 권한을 최대한 발휘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 추진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설익은 탄핵 논의로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로버트 뮬러 특검이 수사를 완전히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특유의 저돌성으로 탄핵안에 불을 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셧다운뿐 아니라 특검 수사, 오바마케어 등 사안별로 대립이 격화되면 앞으로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2년은 훨씬 더 시끄러울 것”이라고 평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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