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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영어유치원, 5세부터 영어코디...유아판 '입시전쟁'

강남 학부모들 사이 인기 폭발

月200만원 고액에도 자리없어

원어민 강사가 10명 안팎 수업

'명문대학 입학 플랜'까지 제공

"494곳 성행...사교육 과열" 논란





서울 서초구에 사는 6세 A양은 지난해 3월 집 근처 유치원 대신 멀리 떨어져 있는 영어유치원에 입학해 수업을 듣고 있다. 영미권 주요 대학을 졸업한 원어민 교사가 영국 유명 대학교 출판사에서 펴낸 영어교재로 수업을 해준다. A양 부모는 “한 반에서 같이 수업하는 원아 숫자도 6~7명 정도로 소규모여서 집중적으로 관리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A양에게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달에 150만원에 달하는 고액 수업비도 그렇지만 결코 돈만 있다고 입학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영어유치원은 ‘프리미엄 교육’을 추구한다며 자체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상위 5% 수준에 해당하는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양은 4세 때 국내 명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영어유치원 입시수업’까지 들어야 했다. 어렵사리 입학에 성공했지만 매일 나오는 과제의 분량도 만만치 않다. A양 부모는 최근 영어유치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특별과외’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A양 어머니는 “숙제가 싫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플 때도 있지만 요새는 유치원 때부터 대입 경쟁이 시작된다고 해 포기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에서 5~6세 아이를 둔 대부분의 학부모는 ‘국공립유치원이냐, 사립유치원이냐’를 놓고 고민한다. 하지만 조기교육 열기가 높은 서울 강남 등 일부 부촌에서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00년대 거세게 불었던 조기유학 붐이 잦아들고 이제는 유치원에서 영미권 현지 수준의 영어를 배우는 ‘영어유치원’ 교육이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업비가 싼 곳도 월 60만~70만원, 최고급의 경우 월 2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이지만 영어유치원은 ‘자리가 없어서 못 갈’ 정도다.



수업은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진행하고 영미권 대학을 졸업한 검증된 원어민 강사가 교육한다. 수업의 질이 높은데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으니 자연히 수업비는 높아진다. 여기에 교재비와 수업 외 활동비까지 붙으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은 입학시험을 치르거나 검증된 주변 학부모의 소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일부 영어유치원은 학부모에게 ‘명문대 입시 플랜’까지 있다며 현혹한다. 사실상 대입 준비 시작점이 5세까지 당겨진 셈이다.

영어유치원은 흔히 ‘유치원’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고액 영어학원이다. 대부분의 영어유치원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정규 유치원 과정인 누리과정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편성한 교육과정을 따른다. 교육당국이 영어유치원을 ‘유아 대상 사설학원’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으니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안 되고 선행학습을 홍보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감시 속에서도 영어유치원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영어유치원(교육부는 ‘반일제 이상 유아 대상 영어학원’으로 분류)은 전국 494곳이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70%에 달하는 348곳이 서울·경기에 몰려 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낮은 지방의 일반주택가까지 영어유치원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에 걸맞은 적정한 수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어유치원의 열기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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