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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한희경 기상캐스터] "날씨예보 인생 '맑고 가끔 흐림'...지역감정 휘말리기도 했죠"

■'기상캐스터는 요리사'

하루 3번 발표되는 기상청 자료

어떻게 다듬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예보의 맛 달라져...옷차림도 좌우

1~2분 방송 위해 하루 꼬박 준비

■날씨와의 사투

예측 틀리면 항의전화 빗발 예삿일

왜 호남 먼저 하느냐고 따지기도

격려 글 보내주는 시청자들도 많아

날씨 메신저로서 사명감·자부심 가득

■'만능 엔터테이너'

케이블서 방송 최초 매일 20분 예보

팟캐스트 진행·예능서 입담 뽐내기도

김윤수 작가와 '웨더살롱' 출간 예정





“요즘 한파·미세먼지 등으로 날씨에 관심이 많죠. 날씨를 전해주는 기상캐스터는 요리사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은 춥다’는 하나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옷을 어떻게 입을 것인지, 미끄럼 방지 부츠를 신을 것인지 등을 준비하게 되죠.”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 그리고 4계절 미세먼지 등 과거와 달라진 요즘 기상 상황으로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저녁 취침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통해 날씨 상황부터 체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날씨를 전해주는 기상캐스터들의 역할 역시 과거보다 중요해졌다. 단순히 날씨정보만 전하는 게 아니라 그날 날씨에 따라 옷차림이나 빨래·외출 등 생활의 팁도 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KBS에서 날씨를 전해주며 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한희경(41·사진) 기상캐스터는 그 역할을 요리사에 비교했다. 날씨는 재료이며 기상캐스터가 전하는 정보는 요리라는 것이다. 지난 2000년 KBS에 입사해 간판 기상캐스터로 자리 잡은 그는 현재 날씨 관련 팟캐스트와 작가, 케이블TV 날씨 진행자, 행사 사회자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KBS의 ‘9시 뉴스’ ‘8시 뉴스타임’ ‘뉴스라인’ ‘클릭@날씨와 생활’ ‘뉴스광장’ ‘KBS 저널’ 등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날씨정보를 전했다.

7일 서울 경복궁 인근에서 만난 한씨는 “된장찌개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된장과 두부·파·마늘 등의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사마다 다양한 맛을 낸다”며 “기상캐스터 역시 내일 눈이 내린다는 정보를 전달할 경우 세차 미루기, 흰 눈 속에서 데이트 등의 멘트에 따라 날씨정보의 맛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눈·추위와 관련된 모든 멘트를 다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쉽지 않다. 기상캐스터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기 때문.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 날씨정보 시간은 1~2분가량밖에 되지 않아 전달하는 날씨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고 또 관련된 정보를 함축해야 한다. 날씨 방송의 시간은 짧지만 이를 준비하는 시간은 거의 하루 종일 걸린다.

“날씨 방송은 기상청 예보를 바탕으로 하는데 기상청에서는 보통 오전5시와 11시, 오후5시 이렇게 하루 세 번 기상 예보가 나옵니다. 기상캐스터는 자신의 방송에서 가장 최근 데이터를 토대로 기사(원고)를 직접 작성합니다. 그리고 원고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선별해 컴퓨터그래픽(CG)을 의뢰하고 구름사진 등이 원고 내용과 맞는지 확인합니다.”

기상청 정보 습득과 원고 작성, 그래픽 확인 외 날씨 내용과 어울리는 의상을 고르고 실시간 날씨를 계속 확인해 변경된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기상캐스터의 몫이다. 또 화면에 나오는 기상캐스터의 뒷배경에 어떤 그림(화면)을 넣을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는 “기상캐스터는 단순히 날씨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짧은 방송의 프로듀서(PD)이자 작가, 전달자인 멀티플레이어”라며 “일기예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하루 꼬박 준비를 하고 날씨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한데 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 상태부터 확인한다”고 전했다.

기상캐스터는 기상예보를 정확히, 그리고 관련된 유용한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한씨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어느 해 여름철에 태풍이 예보돼 있어 특보 방송을 잘 마쳤는데 항의전화를 받았어요. 연세가 좀 든 듯한 목소리였는데 ‘젊은 여자가 나와서 떠드니 안 올 태풍도 오는 거 아니냐’라고 따져 맥이 쭉 빠지기도 했습니다. 일기예보가 틀린 날이면 항의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예삿일이죠.”

지역감정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방송 중에 각 지역 날씨를 전할 때 특이점이 있는 지역을 먼저 짚어줘야 해서 호남 지역을 먼저 언급한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방송 후 영남 지역 시청자가 ‘왜 전라도를 먼저 하느냐’고 항의전화를 하는가 하면 영남 지방을 먼저 언급하면 호남 지역 시청자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궂은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는 법. 매일 같은 시간 시청자들과 만나다 보니 그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어느 날은 시청자로부터 소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보약과 짧은 내용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는 ‘요즘 방송을 보니 한희경 캐스터의 얼굴이 많이 지쳐 보여 약소하지만 건강 잘 챙기라는 뜻에서 보약을 보내니 꼭 챙겨 드시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감동을 받은 그는 힘들어도 이런 시청자들을 생각하며 매일 날씨와의 사투(?)를 벌였다.





2009년 KBS를 나온 그는 잠시 학업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해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방송과 영상에 대한 공부를 했다. 현재 대학원은 휴학 중이며 기회가 되면 꼭 복학해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당시 그의 모습이 뉴스의 날씨 코너에서 보이지 않자 1,000여명에 달하는 ‘한희경 팬카페’ 회원들은 소식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이에 그는 KBS의 ‘스펀지’ ‘아침마당’ ‘가족오락관’ ‘TV쇼 진품명품’ ‘대한민국 1교시’ ‘여성공감’ 채널A의 ‘분노왕’ 등에 패널로 출연하며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요즘 그는 과거 지상파 방송사에서 근무하던 시절보다 더 바빠졌다. 예전에 진행하던 1~2분 날씨 방송이 아니라 20분짜리 방송을 매일 하고 있어 준비할 것도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 채널인 한국농업방송(NBS)에서 ‘영농과 날씨’의 진행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15일 개국한 NBS는 농업 관련 전문 방송이다. 농업에 있어 날씨는 가장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NBS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 때문에 NBS 측에서도 20분이나 되는 시간을 날씨에, 정확히는 한씨에게 할애한다. 매일 월~금요일 오후8시30분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틀어 기상캐스터가 단독으로 20분의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한씨는 ‘영농과 날씨’ 프로그램을 맡은 후 기상 공부뿐 아니라 처음으로 농사에 관한 공부도 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작물 한 번 제대로 키워본 적 없었던 전형적인 도시여성이다. 농사 관련 정보는 요즘 인터넷을 뒤지면 웬만큼 나오지만 더욱 알찬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농사 관련 서적을 읽고 영농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꼼꼼하게 농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영농과 날씨’는 기존의 기상 중심 날씨 방송을 탈피해 농업인을 위한 날씨정보 프로그램으로 지역별 주 재배 작물과 날씨를 결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라며 “날씨 예보에 따른 농작물 재배 방법을 알려주고 전국 시도별 광역 날씨뿐 아니라 읍·면·동의 예보까지 세세하게 짚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사와 날씨라는 두 전문 분야를 아울러야 되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그만큼 보람도 크다”며 “보다 전문적인 날씨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돼 무척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김윤수 작가와 함께 지난해부터 ‘팟빵’의 팟캐스트 ‘한희경 김작가의 웨더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날씨정보를 전하고 있다. 김 작가와는 KBS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으며 지난해 7월 15년 만에 다시 만나 온라인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날씨와 기상·환경·건강 등 다양한 생활정보를 전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사업가 노원석씨와 결혼해 현재 12세·6세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한씨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를 ‘만능 엔터테이너’로 부른다. 기상캐스터뿐 아니라 각종 행사의 사회도 진행하고 간혹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해 보여주는 입담은 만담가 수준이다.

2008년에는 이익선·박은지·박신영·한연수·조경아·홍서연·최윤정 등 KBS·MBC·SBS 지상파 3사 동료 기상캐스터들과 함께 날씨·환경에 관한 에세이 ‘내일은 맑음’이라는 책을 펴내며 작가로서의 재능도 보여줬다. 팟캐스트를 함께하는 김 작가와 올해 안에 날씨와 생활정보를 다룬 ‘웨더살롱’이라는 책도 펴낼 예정이다.

“우리는 날씨와 떠나 살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면 날씨를 소재로 한 말을 꺼내며 어색함을 풀어주는 데 날씨 만한 게 없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날씨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뿌듯하고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She is

△1978년 부산 △2000년 KBS 기상캐스터 공채 1기 △2001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005년 KBS·MBC 방송아카데미 강의 △2008년 책 ‘내일은 맑음’ 공동 출간 △2008년 혈관 건강, 빨간 목도리 캠페인 홍보대사 △2009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휴학) △2010년 케이웨더 기상캐스터 △2006년 국회TV 행복 공감 희망 1번지 MC △2018년 팟캐스트 ‘한희경 김작가의 웨더살롱’ 진행 △2018년 한국농업방송(NBS) ‘영농과 날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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