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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곳곳 스며든 習 공포정치…'문화대혁명 유령' 불러오나

<7·끝>'무소불위' 시진핑 권력에 커지는 불만

배우서 기업인·인터폴 총재까지…부패척결 명분 삼아 무차별 숙청

1인미디어 폐쇄·SNS 제한 등 '과도한 언론통제' 불만 극에 달해

지식인·대중 '침묵 풍조' 이어져…지도부 민심이탈 가속화 우려

중국 베이징의 한 상점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가 그려진 기념품이 진열돼 있다. /베이징=블룸버그






“남편과 헤어진 지 1,000일이 넘었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아빠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묻지만 나는 ‘아빠가 괴물을 무찌르러 갔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15년 7월9일 중국 인권운동가 300여명이 무더기로 연행되고 실종된 이른바 ‘709 검거’ 사건 희생자인 왕취안장의 아내 리원쭈의 하소연이다. 당시 검거된 인권운동가들은 오랜 기간 연락이 두절된 채 구금과 고문 등에 시달려야 했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왕취안장은 연행 이후 3년 반 가까이 감금된 후 올해 1월 비공개 재판 끝에 국가정권 전복 혐의로 징역 4년6월의 실형 판결을 받았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 내에서 실종되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체포 구금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인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중국몽(中國夢)’이라는 허울 좋은 선전 구호와 함께 중국 전역에 마오쩌둥 시대의 공포정치의 유령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세계적인 스타로 유명세를 떨쳤던 중국 여배우 판빙빙의 실종 사건은 무소불위 시진핑 권력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다. 판빙빙은 지난해 6월 말 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CC)TV 사회자 출신 방송인 추이융위안의 폭로로 탈세 논란에 휘말린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실종설·사망설에 휩싸였다. 석 달여 뒤인 10월 판빙빙은 “내가 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과한다. 나는 국가와 사회의 이익과 나의 이익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면서 탈세 혐의로 당국이 내린 징벌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미국 언론 뉴요커는 “공산당 지도부에 찍히면 숙청되는 문화대혁명 공포를 연상시킨다”며 그의 반성문이 마오쩌둥 문화혁명 시대 고문과 사형에 처한 반혁명분자들의 자기비판문과 흡사하다고 꼬집었다.

판빙빙 이후 터진 인터폴 총재 멍훙웨이의 실종 사건은 시진핑 지도부 공포정치의 또 하나의 극명한 사례로 꼽힌다. 모국으로 출장을 간다던 멍훙웨이는 갑작스럽게 실종됐고 중국 공안부는 그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기구 총수마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믿지 못할 현실에 전 세계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멍훙웨이의 전격 체포에는 미국으로 도피한 후 시진핑 지도부 비리 폭로에 나서고 있는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 문제를 깔끔히 처리하지 못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실종 공포의 압박은 기업인도 예외가 아니다.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샤오젠화 중국 밍톈그룹 회장과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채 공안에 연행돼 수사를 받았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거두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 은퇴를 선언하자 시진핑의 오른팔인 왕치산 부주석의 비리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국 지도부 비리를 많이 알고 있는 마윈 회장이 험한 일을 당하기 전에 서둘러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시진핑 절대권력의 위세와 공포는 현실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공산당 개혁·개방 40주년 전시회에 선보인 기념화에 시 주석은 앞자리 가운데에 자리 잡고 덩샤오핑은 뒤편의 흐릿한 동상으로 밀렸다. 개혁·개방의 상징인 덩샤오핑보다 커진 시 주석의 이미지는 문화혁명 절대통치 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 정작 노동조합 설립을 탄압하는 이율배반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8월 선전시 설비업체 자스커지의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한 노동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대학생 40여명이 공안에 체포했다. 파업에 나선 자스커지 노동자 문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시진핑 지도부의 강경 조치였다.



정부의 과도한 미디어와 언론 통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의 사이버 이슈 토론회는 당초 공개 행사였지만 기자들과 외교관이 몰려들자 일반인의 출입을 아예 막아버렸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야당 지도자 강연회를 주관했던 파이낸셜타임스 빅터 맬릿 기자는 중국 입국 자체가 거부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면서 중국 경제위기 가능성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도부는 지난해 말 1만개에 달하는 1인 미디어를 폐쇄하고 주요 소셜미디어에 강력한 통제 족쇄를 채웠다. 빅 브러더 사회를 연상시키는 이 같은 공포정치의 압박이 극에 달하면서 일반 대중들은 집단 무기력에 빠지거나 이런 통제 정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단한 공산당 집권 기반이 미중 무역전쟁과 지도부 불만 세력에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현 집권 기반 태자당은 물론 장쩌민의 상하이방, 공산주의청년단 등 주요 중국 정가 파벌이 공포정치에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요커는 “해외 언론의 비판으로 받는 상처보다는 내부 정치의 위협요인이 훨씬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시진핑의 계산법이 공포정치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절대권력의 허상을 기반으로 한 공포정치는 결국 중국 지도부는 물론 공산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올해는 6월4일 톈안먼 사태 30주년, 신장에서 한족과 위구르족이 충돌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신장 7·5 사태 10주년 등 민감한 역사기념일이 많아 언제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대학교수는 “톈안먼 사태와 미중 무역협상의 마지막 줄다리기가 이뤄질 오는 6월을 앞두고 학계와 사회 각 분야에서 여러 학술 기념 모임 등을 준비하는 분위기”라면서 “시 주석의 국가 비전인 중국몽과 공산당에 대한 신뢰 훼손이 지도부에 대한 불만 행동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홍병문논설위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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