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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공단은 신음하는데 모든 대학생 반값등록금…안산시의 '복지 포퓰리즘'

전국 첫 대학생 등록금 절반 지원

최저임금 여파에 지역경제 암울 속

보여주기식 포퓰리즘 정책 남발

"현금복지의 끝판왕" 비판 목소리





주력 산업 침체에다 불경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안산 반월공단 입주기업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안산시가 지역 내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복지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대학등록금으로까지 번지면서 ‘현금복지의 끝판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17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요즘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업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전념하지 못한다”며 “전국 시 중에서 최초로 ‘학생 반값등록금 지원 조례’를 제정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관내 모든 대학생에게 본인 부담 등록금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나 장애인, 저소득층 가정 대학생 자녀 등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우선 지원한 뒤 재정 여건을 봐가며 4단계로 나눠 지원 대상을 관내 모든 대학생(2만3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단계 지원 대상을 3,945명으로 파악하고 올 하반기 29억원을 추경에 편성하기로 했다. 4단계 진입하는 오는 2022년에는 335억원까지 늘어난다.

시는 대학생 등록금 지원을 위해 이달 중 보건복지부·경기도와 협의를 마치고 다음달 공청회·시민설명회를 개최한 뒤 6월 말까지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월공단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세수 감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와 같은 ‘퍼주기식’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산 반월공단은 입주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노동 환경 변화에다 경기 침체 지속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안산시 측은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57%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는 지난 2017년 시 소유 땅을 팔아 매각한 8,000억원이 유입된 단기효과에 기인한 것이다. 단체장이 단기 보유한 자금만 믿고 복지사업에 현금복지를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윤 시장은 중고등학교 무상교복 제공,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 버스정류장 온열의자 설치 등 보여주기식 복지에 올인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50%를 지원할 경우 추후 지자체에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등록금을 지원받아야 할 만큼 모든 대학생의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닌 만큼 무조건적인 반값등록금 정책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단 입주한 기업들 비판 목소리

“대학안가면 無혜택” 시민도 불만

재정자립도 갈수록 떨어지는데

다른 지자체로 퍼질까 우려 커져



윤화섭 안산시장이 17일 대학생 반값등록금 시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시


인구 50만에 달하는 안산시가 시(市) 단위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현금 퍼주기’ 열풍이 다른 자치단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행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에서 단골 메뉴로 불거졌지만 실제로 시 단위에서 추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안산시에 있는 반월공단의 경우 경기침체와 인건비·재료비 상승 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공단의 경쟁력 강화보다 ‘표’를 의식한 복지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산시는 반값 등록금 정책의 추진 배경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들었다. 안산시 인구는 지난 2013년 71만여명에서 지난해 66만명으로 7.47%(5만3,000여명) 줄었다. 반값등록금 등 복지를 강화해 인구 유출을 막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안산시는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시행해도 현재로선 예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대학생 1명당 연간 평균 등록금 자부담액은 329만원으로, 시는 이의 절반인 평균 165만원씩 지원하며 전체 대학생 수혜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335억원으로 추계됐다. 이는 올해 안산시 본예산 2조2,164억원의 1.5% 수준이어서 단계적으로 대상을 늘리는 데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산시의 재정 상태를 감안하면 반값 등록금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시 재정자립도는 지난 2014년 47%로 전국평균(50%)를 밑돌았다가 지난 2017년 시 소유 부지 매각으로 거액이 유입되면서 72%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각종 복지드라이브를 벌이면서 지난해 57%로 다시 고꾸라졌다. 인구유출 방지는 명분이고 실제로는 복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월공단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형편은 살피지는 않고 ‘표 관리’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금속 제조업체를 하는 A사의 김모 대표는 “올 들어 부품값이 10% 가까이 오른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지만 불경기로 원청업체의 주문이 줄면서 매출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지자체장이 복지 정책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염색업체 B사 구매 담당 임원인 심오성(가명) 상무는 “안산 시민 대다수의 소득을 책임지는 공단의 경기를 살리기 위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인기 관리에만 신경 쓰고 있으니 도대체 기업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수원에 사는 유모(54)씨는 “대학을 가지 않은 학생들은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하는데 이 자체가 차별성 복지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반값등록금 사업은 신규 사업이면서 연속 사업이다. 안산시 전체 예산 가운데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결국 시민들이 정착 필요한 사업을 펼치는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번 시작한 복지정책은 뒤집기가 불가능해 향후 지방재정 부담만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안산시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유사 사례가 없어 교육부의 기존 정책과의 유사성, 전달체계를 판단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가 지자체 복지 사업을 대부분 수용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산시 정책도 일부 시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인근 지자체에 ‘반값’ 포퓰리즘 열풍이 불어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연쇄적으로 악화되고 지역경제 살리기는 도외시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안산=윤종열·심우일기자, 세종=황정원기자 yjyun@sedaily.com

윤화섭 안산시장이 17일 대학생 반값등록금 시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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