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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자리 비우면 꼭 일이 터진다"…대통령 여름휴가 징크스

오바마, 흑인폭동·美인질 참수 발생

푸틴은 비행기 테러 등 '마의 8월'

노무현, 탄핵 등에 5년간 3번 포기

MB 산사태·문재인 北미사일로 연기

박근혜, 메르스 여파로 관저 머물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시베리아 남부 투바공화국 호수에서 낚시하며 휴가를 보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매년 8월은 각국 정상들의 공식적인 여름 휴가철이지만 일부 정상들에게 이 시기는 달콤한 휴식의 기억보다 끔찍한 악몽의 시간으로 기억되곤 한다. 집무실만 비우면 천재지변이 발생하고 테러와 폭발 등 대형사건이 터지면서 오히려 더 바쁜 국정을 처리해야 하는 ‘휴가 징크스’ 때문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휴가복이 없는 인물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호화 골프 휴가로 구설에 자주 올랐지만 그는 사실 휴가 때마다 터지는 국내외 악재로 ‘지옥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집권 1기 초반인 2009년에는 정치거물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사망해 휴가 중 장례식에 참석했다. 2011년에는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 동부에 접근하면서 휴가를 단축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해야 했다. 2013년에는 중동 악재가 터졌다. 이집트 정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며 수백명이 사망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최악의 해는 2014년이다. 휴가 첫 주에는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폭동이 발생했고 둘째 주에는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를 참수해 충격을 안겼다. 국내외에서 굵직한 사건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도 업무를 계속했지만 휴가 말미에 골프를 강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휴가지에서의 구설은 결국 석 달 뒤 중간선거 대패로 이어졌다. 임기 마지막 해에도 휴가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2016년 여름 루이지애나주에서 100년 만의 기록적인 수해가 발생하며 제대로 된 휴가는 끝까지 누리지 못했다.

러시아에서는 ‘마의 8월’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8월 휴가철만 되면 테러와 폭발 등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0년에는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폭발했고 2004년에는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던 소치 인근에서 테러에 의한 비행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3년 여름 폭염으로 자국민 1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재앙이 일어난 와중에도 캐나다 휴가지에서 귀국하지 않아 거센 비난을 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올 3월 남부 지방의 한 스키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다 ‘노란 조끼’ 시위가 폭력사태로 확대되자 급히 파리로 돌아와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무려 3번이나 휴가를 포기해야 했다. 2004년 탄핵에 이어 2006년에는 태풍이 발목을 잡았고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발생하며 관저에서 머무는 것으로 휴가를 대체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휴가를 반납했다. 그해는 1998년으로 온 나라가 외환위기의 충격에 빠진 시국이라 아예 휴가를 떠나지 않은 것이다.

천재지변과 전염병은 대통령 휴가기간에 발생하는 단골 사건사고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휴가 중 파주 연천에 내린 폭우로 청와대에 복귀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1년 중부지방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자 휴가계획을 사흘 연기했다.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메르스 여파로 관저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권 3년 차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안보위협이 휴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여름휴가를 떠나기 직전인 7월28일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습 발사하면서 휴가를 하루 미뤄야 했다. 이튿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이후 휴가 기간 대부분을 경남 진해 해군기지 근처에서 보냈다. 지난해에도 군 기지 휴양지를 이용하며 2년 연속 휴가 기간에 ‘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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