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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폴더블폰·친환경차..."차세대 산업 올스톱 우려"

[日, 화이트리스트서 韓 제외...시작된 경제전쟁]

■기업들 '발등의 불'

실리콘 웨이퍼 등 추가 규제 땐 반도체 소재 국산화 난망

전기차 배터리·바이오의약품 등 주력산업 대부분 후폭풍

"품목고지도 안돼 더 답답...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심정"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바이오·화장품 분야 일본 수출규제 업계 설명회’ 참석자들이 주최 측이 준비한 설명자료를 받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국내 대기업들은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다’며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공을 들여온 비메모리반도체·스마트폰·친환경차·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정조준하자 “차세대 산업이 멈춰 설 수 있다”는 긴장감마저 감지된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 달 전 일본의 3개 소재 수출규제의 영향이 반도체 업계에 국한됐다면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후폭풍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도 “이번에는 품목 고지도 되지 않아 더 답답하다”며 “사실상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경우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경제성장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1,100개 품목에 강화된 수출규제가 적용된다. 국내 기업이 이들 품목을 수입하려면 건건이 일본 부품으로 만든 제품을 어디에 사용하고 어디에 판매할지 증명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실리콘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이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가능성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미 극자외선(EUV)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터가 수출규제 품목에 올라 비메모리 사업에 대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실리콘 웨이퍼 등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경우 반도체 소재 국산화라는 해법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인 실리콘 웨이퍼의 경우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메모리는 60%, 비메모리에는 80%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특히 미세공정 난도가 높은 최첨단 제품에 일본산 웨이퍼를 쓴다. 현재 웨이퍼 수급 상황이 빠듯한데다 공급사 변경 시 제품 테스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제조하는 포토마스크(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도 우려되는 품목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EUV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본산 호야 제품이 필수적인데 공급 차질 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강화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반도체 소재 3종 수출규제가 7월부터 시작돼 10월이면 3개월이 지나는 만큼 기존 3종에 대해서는 허가를 해주면서 이번 1,100개 품목 중 몇 개의 수출을 규제할 듯싶다”며 “이런 식으로 수출규제 품목을 계속 바꿔갈 가능성이 크고 이번에는 품목도 고시하지 않고 불시에 규제할 수 있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스마트폰 분야도 고사양 및 차세대 제품의 양산과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당장 차세대 스마트폰인 폴더블폰 양산과 품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 폴드의 경우 디스플레이에서 화면 보호막 역할을 하는 투명 필름 ‘플루오린폴리이미드(FPI)’를 전량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들여온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에는 일본 무라타의 와이파이·블루투스 모듈이 탑재됐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무라타 제품을 사용한다. 기존 주력 스마트폰의 대량 생산 공정관리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을 가공·제작할 때 사용하는 정밀기계 등이 일본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메탈보디를 정교하고 매끄럽게 깎아내는 컴퓨터수치제어(CNC) 방식의 가공기계는 일본 화낙이 전 세계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CNC 관련 수입 중 일본산 비중은 91%에 달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정밀기계 장비 및 관련 부품의 한국 수출에 제동을 걸 경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신제품의 적기 양산과 수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소전기차·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구소·구매·영업·생산 등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주요 일본산 소재·부품의 대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은 수소전기차의 수소연료 저장용기에 쓰이는 탄소섬유다. 국내 업체들도 탄소섬유를 생산하지만 강성과 안전성 등에서 일본 제품에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는 수소 저장용기 공급 업체와 함께 국내산 탄소섬유의 안전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를 감싸는 핵심부품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은 파우치필름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국내외 파우치필름 생산업체와 접촉하며 대체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품질이 일본산보다 낮아 대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의약품 수출 3위 국가이자 수입 5위 국가다. 당장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제품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쓰이는 ‘바이러스 필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관계자는 “바이러스 필터는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핵심 소재 중 하나”라며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현재 평균 2~3주 정도 걸리는 공급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국내 의약품 생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료의약품 수입액 중 일본산은 16%가량을 차지했다. /박효정·임진혁·박시진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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