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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수입품 90% 원자재·중간재…허가 미루면 제조업 즉각 마비"

■日서 年 1억달러 수입품 110여개

납품 제때 못 받으면 생산 차질

주말내내 수출업체와 긴급연락

고객사도 "문제없나" 잇단 문의





인천 남동공단에서 방진패드 등 건설용 자재를 생산하는 A사는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일본 공급선과 연락을 취하느라 주말 내내 분주했다. 일본의 시미즈사로부터 프레스(압축 가공기계)와 절단공구를 들여오고 있는 이 회사는 수출규제가 본격화하면 기계는 물론 관련 부품을 제때 납품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인해(가명) 대표는 “일본에서 부품을 제때 납품받지 못하면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전체적인 공정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공단 내 다른 업체 중에서도 일본산 공구를 쓰는 곳이 많아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설비 부품과 원료를 제때 조달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 중 원자재나 자본·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제조 ‘공급사슬’ 곳곳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수입협회가 지난해 일본 수입 통계를 자체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제품 중 수입액이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넘기는 제품이 110개에 달했다. 이 중 상위 10대 수입 품목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정밀화학원료를 비롯해 플라스틱, 고철, 비합금강판, 광학기기 부품, 도료, 톨루엔 등 각종 내구·자본재가 들어갔다. 톱 및 호환성 공구나 산업용 로봇, 전자응용 가공 공작기계, 인쇄 및 제책용 기계 등 제조업계에서 두루 쓰이는 장비들도 일본에서 1억달러어치 이상 들어왔다. 1,000만달러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품목은 371개에 달한다. 이 중에는 금속성형 기계, 금속 주조 및 기타 야금용 기계, 티타늄 촉매 등이 들어간다. 제품별 총 수입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빌미로 중간재 수출허가를 내지 않을 경우 국내 제조업에 즉각 마비가 올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해 중간재·원자재를 잘 비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공급사슬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소 제조업체가 일본으로부터 원자재나 중간재·설비부품 등을 제공받지 못할 경우 이들을 하청으로 삼는 국내 제조업체에도 납품 차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들과 수입 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설비부품이나 중간재를 납품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핫라인’을 돌리고 있다. 일본 제조 대기업인 H사로부터 공장설비 분산제어시스템(DCS) 등을 수입하는 B사 사무실에는 지난달과 이달 들어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H사에서 제작하는 설비와 관련해 부품 공급이나 시스템 대체에 문제는 없느냐”는 고객사들의 문의 때문이다. 김홍균(가명) 대표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 제외한 데 대해 고객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며 “일본의 통상규제로 인해 부품수입 절차가 복잡해짐으로써 납기가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업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수입협회는 각국 대사관에 공문을 보냈다. 반도체 장비 및 부품, 실리콘 웨이퍼, 메모리칩, 평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등을 우리나라에 수출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담은 공문이다. 협회가 이례적으로 각국에 공문을 보낸 이유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 제외하면서 회원사들과 일본 현지 업체 사이의 거래가 끊길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수입선 다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화이트리스트 품목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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