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안보위협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화웨이가 아프리카 정부의 정적 염탐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우간다 고위 보안관리들을 인용해 화웨이 직원들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사이버 사찰당국의 정적 행적 추적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간다 정보당국은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 정권을 위협하는 바비 와인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화웨이 직원의 도움으로 그의 소셜미디어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팝스타 출신인 와인은 미국의 지원으로 귀국 이후 야권을 이끄는 핵심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우간다 사이버 정보당국의 요청을 받은 화웨이 직원은 이스라엘 스파이웨어(컴퓨터에 잠입해 중요 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와인의 왓츠앱 대화내용을 입수했으며, 당국은 그의 거리집회 계획을 방해하고 와인과 수십명의 지지자들을 체포했다.
WSJ는 또 잠비아 정부도 화웨이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친야당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의 전화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해당 뉴스 사이트는 에드거 룽구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정부의 집중감시를 받았다. 현지 고위 보안관리들은 화웨이 소속 기술자 2명이 잠비아 통신당국의 사이버 사찰 담당 사무실에서 일하며 북서부 도시 솔웨지에 배치된 경찰들과 블로거들의 위치를 공유하고 체포작전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나 화웨이 본사가 이들의 첩보활동에 관여한 정황은 없지만, 이번 폭로로 전 세계에 깔린 화웨이 장비의 보안성에 대한 의구심이 또다시 증폭되고 있다. 화웨이는 ‘안전한 도시’ 구축을 내세우며 전 세계 100개국, 700개 도시에 통신장비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디지털 감시 전문가 스티븐 펠드스타인은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행위를 돈 때문에 하느냐, 아니면 특정한 사찰 어젠다를 추구하느냐”라며 “이번 사례는 후자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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