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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만화경]"힘 모아도 힘든데"…한국당 리더십 경쟁?

黃 24일 광복절 담화 내자…羅 충칭에서 메시지

黃 ‘보수통합’ 부진에 나경원 ‘유승민’ 통합 꺼내

“한 하늘 두 태양 없어…黃 리더십에 상처 준 것”

장외투쟁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성형주기자




“힘을 모아도 당이 힘든 상황에서, 두 리더가 지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것같다”

최근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다. 다름 아닌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행보가 마치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서다. ‘보수 통합’, ‘광복절 메시지’, ‘국회 정상화’ 등의 이슈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을 벌인다면 내년 총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황 대표는 원고지 36매 분량 장문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날 담화문에는 경제, 복지, 미래산업, 사회통합, 대북외교, 다섯 가지 메시지가 담겼지만 골자는 ‘문재인 정부와의 대립각 세우기’였다. 황 대표는 이날 “잘못된 고집을 꺾으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이제라도 돌아와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이런 믿음을 주지 못할 경우 당 특단의 조치를 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을 상대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황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나 원내대표는 광복절 당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안타깝게도 이 대한민국을 가장 세차게 흔드는 이들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자유를 지우고, 법치를 훼손하고, 공화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문 정권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가 일정 중으로 알려졌던 나 원내대표가 중국 충칭까지 달려가 대정부 메시지를 낸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를 두고 한국당 일각에선 두 지도자 간 ‘선명성 경쟁’이 불붙었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당 대표는 당과 국민을 연결하고 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 반면, 원내대표는 의회 안의 소속 국회의원들을 대표해 정당 간 협상을 책임진다. 뚜렷한 이상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는 당 대표는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정치적 타협을 만들어내야 하는 원내대표는 중도적이고 현실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나 원내대표가 이러한 ‘역할 분담’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원내 협상 역할보다는 문 정부 때리기에 더욱 치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보수 통합을 두고도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취임한 이래 꾸준히 “헌법 가치를 공유하는 보수세력 간의 통합”을 이야기해왔다. 다만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지난 7월 연 출판기념회에서 보수 통합의 불을 지핀 것 외에는 그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황 대표다. 오히려 박맹우 사무총장이 우리공화당과 합동 공천을 통해 선거연대를 논의했다고 알려지자 김세연 의원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하는 등 비박계가 반발했다. 보수세력과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나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며 통합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고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한 하늘에 두 태양이 떠오를 수는 없다”며 “자신의 정치를 하기 위해 황 대표에게는 타격을 준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중국 충칭에 있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를 방문,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후 국회에 다시 복귀할 때도 대표와 원내대표 간 묘한 신경전이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한국당이 지난 5월 한 달 간 국회 밖으로 나선 후, 복귀 시점을 두고 둘 간의 이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 아닌 황 대표의 경우 국회가 정상화될 경우 존재감을 상실하는 반면, 나 원내대표는 국회 내 이슈를 이끌 수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국회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는 지침인 ‘황교안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이를 두고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의 경쟁적 독주체제로 여의도는 동맥경화 상태다”며 “벌써부터 서로 대통령 경선 운동을 하는가. 지지자들에게 주목받기 위한 모노드라마가 아니라, 민생을 바라보고 정치다운 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이달 말 선거법 개혁 표결 여부를 두고 여야 간의 충돌이 예상되는 데 더해 한국당은 오는 24일 또 다시 장외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국회 안이냐 밖이냐’를 두고 두 지도자 간의 신경전이 벌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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