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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할수 있다는 '10가지 이유' 있으면...창업 도전하라"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최은희 텐바이텐 대표]

식물에 물주듯 취향 키우다 보면 좋은 기회 만날수 있어

창업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과 동료간의 멤버십

앞으론 유행 따라가기보단 개인 파편화된 시장 커질 것

최은희 텐바이텐 대표가 27일 본지 주최로 한양대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 강연자로 나서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소비’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내가 잘할 수 있다는 ‘10가지 이유’가 있으면 당당히 창업에 도전해 보라.”

최은희 텐바이텐 대표는 27일 서울경제 주최로 한양대에서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최고경영자(CEO) 초청 특강’에서 “IMF 직후인 2001년 다니는 회사에서 매일 야근을 하다 지쳐갈 때쯤 대학 친구들과 우연히 창업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며 “함께 하자는 제안에 ‘내가 필요한 10가지 이유를 대 보라’고 했더니 친구들이 이런저런 농담을 섞어 10가지를 대답하는 바람에 즉석에서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창업 이전까지 모교인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 후 건축사무소를 다니고 있었다. 1,000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규모가 컸던 회사였다.

하지만 200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750명이 해고되고 최 대표를 포함해 250명만 남게 됐다. 하지만 살아 남은 게 행복은 아니었다. 남은 250명은 365일 중 363일을 출근하고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고된 생활을 해야 했다. 이런 삶을 이어가던 중 최 대표는 2001년 대학 동기들과 대화를 나누다 창업에 눈을 뜨게 됐다.

최 대표는 어릴 적부터 문구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더 이상 펜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문구점에만 가면 한 손 가득 ‘스페셜에디션(한정판)’ 제품이 들려 있었다. 대학 시절에도 스티커 모으는 것을 좋아했는데 주위에서는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어릴 적 습관때문에 매스제품 보다 앞으로 개인 취향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직감하고 창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것을 사업으로 하다 보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자신만의 취향을 키우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때에 마치 잭과 콩나무처럼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며 “그때 그 기회를 맞으면 남한테 끌려가서 하는 직장생활이 아니라, 내가 가슴 뛰는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이트에 있게 될 것”이라고 참석한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강조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텐바이텐은 국내 최초의 디자인 전문 커머스로, 리빙에서부터 캠핑, 여행, 디자인 문구, 패션의류, 패션잡화, 뷰티 등 다양한 디자인 등 71만여 종류의 상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연간 취급액 99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1,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3초마다 제품 한개를 파는 그런 회사가 됐다”며 “강연 직전에 미리 김우승 총장을 뵀는데 ‘돈을 벌면 모교에 기부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했는데 부담스럽지만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가입 회원 480만여명 중 46%가 20대 여성, 30%가 30대 여성일 정도로 2030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 대표는 강연에서 현재의 소비 트렌드와 창업계기,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 등을 전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쏟아냈다.

최 대표의 창업과정은 쉽지 않았다. 동기 5명과 의기투합하고 1년간 사업계획을 공들여 짰다. 50여 곳에 투자 제안을 했지만 어느 곳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지 못했다. 결국 최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지인 22명으로부터 100만원씩 투자를 받고, 퇴직금을 모아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이들 지인의 십시일반 투자가 지금도 힘이 된다고 최 대표는 반가워했다. 최 대표는 “굳이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모으지 않아도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금을 3년만에 되돌려 줬지만, 일부는 오히려 원금에 자금을 더 보태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책임감’과 ‘창업자들 간의 멤버십’을 꼽았다. 그는 “어려웠을 때 저를 붙잡았던 것은 ‘여기서 나가면 이 비즈니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책임감이었다”며 “나한테 없는 성격과 역량을 가진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과 창업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래야 예의를 갖추면서도 괜찮은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창업 멤버 5명이 함께하는 것의 비결로는 만장일치제를 제시했다. 최 대표는 “5명이 모두 달라서 회의를 한번 하면 릴레이 회의를 밥 먹듯이 해야 했다”면서도 “흔히들 한 명만 반대해도 진전이 없고 의사결정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만장일치제를 비효율적이라고 하지만, 1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위험을 헤지(hedge)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장일치제가 텐바이텐의 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 시대의 키워드로 ‘취향’을 제시했다. 그는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했지만 요즘은 1년, 10일이면 마치 강산이 변하는 것처럼 가파르고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하지만 ‘나는 달랐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과거에는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가방이나 차, 의류 등 브랜드를 통해 과시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남들이 다 보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가방 속부터 집, 침대 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 안까지 나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게 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얼마 전에 에코백이라는 주제어를 제시한 뒤 텐바이텐의 상품 리스트 중 자신의 취향 하나를 고르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고객이 고른 상품이 600~900여개에 달했다”며 “당연히 위에 있는 것을 빨리 누르고 말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정해진 리스트 안에서도 이렇게나 다양한 상품들을 고르는 것”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그는 이처럼 취향이 트렌드가 된 시대에서는 먼저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가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취향은 식물과 같기 때문에 계속해서 어떤 식물인지 관심을 가지고 물을 줘야 한다. 지금 내가 가진 취향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아무리 작아 보여도,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내 취향이라면 소중하게 가꿔야 한다”며 “그 취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고 그 취향이 나중에 더 큰 일을 하는 연결점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연 후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창업하는데 위험 요소를 묻는 질문에 대해 최 대표는 “앞으로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각 개인이 파편화되는 방식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시장이 작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편승해보고 싶다면 ‘다름을 위한 다름’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류가 가는 방향을 따라가는 게 좋다”고 답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정책학과 3학년 신예나(21) 학생은 “과거 창업을 했다가 제가 의도했던 것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달라서 잘 안 됐던 적이 있는데 왜 실패했는지 알게 됐다”며 “주류가 뭔지를 찾고, 그 패턴을 따라가면서도 자기의 취향에 항상 물을 주라는 대표님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고 웃어 보였다. 정보시스템공학과 1학년 정유빈(19) 학생은 “나중에 실제 사업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중요한 결정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김연하·이경운기자 yeona@sedaily.com

She is…

△1973년 부산 △1992년 서울 삼육고 △1996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1996년 삼우종합건축사 사무소 △2001년 텐바이텐 설립 △2013년 텐바이텐 대표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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