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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파업 직격탄…죽어 나가는 납품업체

부산 공장 장기간 가동 못해

일감 준 부품사 결국 폐업

르노삼성 勞 재파업 돌입에

협력사 '연쇄 부도' 불보 듯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지난 23일부터 벌인 파업 여파로 인한 생산차질에 협력사 한 곳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이번 파업기간 중 부품 협력사가 폐업한 것은 처음이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장기파업을 한데다 최근 재파업에 돌입하면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아 물량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공장 가동 정상화가 계속 미뤄져 내년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경우 추가로 문을 닫는 협력사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련기사 13면

30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의 르노삼성 납품 협력사 N사는 생산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기로 했다. N사는 10년가량 르노삼성과 거래해온 회사로 한때 매출이 200억원을 넘었다. 최근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에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해 납품했다. 하지만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2018년 임단협을 놓고 장기파업을 벌였고 7개월 만인 이달 23일 2019년 임단협과 관련해 다시 파업에 돌입하면서 일감부족에 시달리다 결국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여기다 르노삼성이 닛산으로부터 배정받은 로그의 생산물량이 대부분 올해 말이면 끝나는 상황에서 공장을 계속 운영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장기간 정상가동되지 못하면서 협력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 타결 6개월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가면서 부산·경남에 위치한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나기원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 회장은 “내년 생산물량은 올해 16만대보다 더 줄어든 13만대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쳐 협력사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습관성 파업에 노조원들도 지쳐가고 있다. 40.1%로 출발했던 르노삼성 노조원의 파업참가율은 이날 30.1%로 떨어졌다. 현장 노조원들은 “파업에는 찬성했지만 공멸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르노삼성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의 공장은 대부분 멈춰서 있습니다. 가뜩이나 일거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파업까지 하니 생산할 물량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자금력이 약한 부품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할까 두렵습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은 올해 말이 그 어느 해보다 춥다.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이어진 르노삼성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오랜 기간 공장을 세워놓았던 부품사들은 최근 몇 개월간 생산이 정상화되자 희망을 가졌다. 그것도 잠시.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파업의 소용돌이가 몰아치자 다시 좌절하는 분위기다. 나기원 르노삼성수탁기업협의회 회장은 “르노삼성 생산물량이 지난해 21만5,000여대에서 올해 16만대 정도로 크게 줄었고 내년에는 13만대 수준이라고 한다”며 “파업은 끊이지 않고 르노나 닛산에서는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어 내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두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부품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줄도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부산 강서구의 한 부품 협력사가 폐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협력업체들은 혹시 다음 타자가 자신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018년 임단협과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총 312시간에 걸쳐 전면파업과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회사 측이 추산한 노사분규에 따른 손실액은 3,500억원에 달한다. 우여곡절 끝에 6월 노사가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파업을 풀었지만 노조는 불과 6개월 만인 이달 20일 2019년 임단협 관련 부분파업에 돌입했고 이후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에 부품을 공급하는 영세 협력사들은 절망하고 있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문제인 탓에 ‘처분’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황이다. 한 르노삼성 부품 협력사 대표는 “르노삼성 협력사들은 대부분 르노삼성 한 곳에만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직격탄을 맞는다”며 “부품 협력사가 노사협상에 참여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 르노삼성 부품 협력사들이 르노삼성이 아닌 다른 회사로 납품처를 발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동차 업계의 특성상 부품회사들은 완성차 업체에 수직계열화돼 있기 때문이다. 나 회장은 “현대·기아차(000270)는 이미 기존 협력사들이 납품하고 있기 때문에 르노삼성 협력사가 새로운 곳을 뚫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자금 여력이 있는 1차 협력사들은 버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2차·3차 협력사들은 매달 자금을 돌리기조차 쉽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르노삼성이 내년에 양산할 계획인 ‘XM3’를 위해 생산설비나 인력을 확충한 협력사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이다. 파업 등으로 예정했던 시기에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부도위기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내년 XM3 양산에 대비해 미리 투자를 집행한 부품업체들이 꽤 있다”며 “일감이 줄어도 예측 가능한 범위면 어느 정도 버티면서 상황 반전을 기다릴 수 있지만 이번 같은 갑작스러운 파업에는 대처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도 기존에 예정했던 31일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파업 참여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파업 참여율은 30.1%로 전면파업에 돌입한 23일 이후 가장 낮았다. 이미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조합원들 중 절반 이상이 이탈한 상태다. 게다가 지난주 말 사측이 실시한 휴일특근에서도 회사 측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해 당초 예상했던 생산물량(451대)보다 100대가량 많은 547대를 생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침체로 가뜩이나 일감이 줄어든 부품 협력사들에 예측할 수 없는 파업으로 인한 물량감소는 그야말로 재앙”이라며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까지 위험으로 몰아넣는 파업을 과연 누가 지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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