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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北제재 공조 절실한데 '경협' 강조...경제지표는 아전인수"

[서경펠로가 본 文대통령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 발표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7일 신년사는 임기 후반기 정책 기조를 흔들기보다는 기존의 개혁 방향을 고수해 성과를 만들어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의 투자 여건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친노동’ 기조 유지를 비롯해 스튜어드십 코드나 상법 개정 등 재계의 우려가 큰 정책들을 직접 언급했다.

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 구상을 재차 내놓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일관된 의지를 보이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이 공정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 대기업 경영권 규제

노동개혁 일언반구 없이

또 기업옥죄기에만 방점

하지만 서경 펠로(자문단)들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구상에 다양한 이견을 쏟아냈다. 우선 경제 정책 분야에서는 ‘성장률 2%’도 장담하기 힘들 만큼 경제가 나빠진 상황에서 노동 개혁이나 규제 혁신이 빠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대한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입장을 고집스럽게 되풀이한 신년사”라며 “기업의 기(氣) 살리기보다는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을 보면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빠져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경제계는 특히 문 대통령이 언급한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원하기 위해 연기금의 5%룰 공시 의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 총수 등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아우르는 상법 개정도 시도하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나 상법 개정만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제도화하는 논의를 병행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유니콘 기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사수를 ‘공정’의 잣대로 판단하는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金 답방·남북협력

北도 美도 거부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비현실적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언급하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띄운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문을 열기 위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 협력의 가속페달을 밟을 경우 자칫 한미동맹에 또다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제재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를 보면 미국과의 갈등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남북교류협력 때문에 제재를 무시하고 우리가 일방통행을 할 경우 한미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내민 손을 김 위원장이 잡을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신년사를 대체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보고에서도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길’을 밝히면서도 이례적으로 남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북한의 대외선전매체들은 줄곧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궤변’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다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한 말로 생각된다”며 “남북교류협력이 실제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 같지는 않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어려움에도 한반도 평화 노선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로 풀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

정치 중립성 보장도 없이

“공정 사회” 장밋빛 기대



문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공정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 것에 대해서도 법조계의 논란이 거세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견제와 통제되지 않는 정체 불명의 권력기관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며 “공수처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권력 기관’ 공수처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 문 대통령이 너무 ‘장밋빛 진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원규 광장 대표변호사는 “공수처가 제대로 운영돼야 대통령의 말대로 법이 공정해지는 효과가 날 것”이라며 “또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작동하게 되면 부작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 전 회장은 “경찰은 정보권에 더해 수사종결권까지 갖게 돼 권한이 커지는데, 이를 검찰이 사법적으로 통제할 방안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극심했던 갈등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도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분명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보수와 진보, 계층 간 불균형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신년사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는 게 한계가 있다면 적어도 올해 총선이 끝나고 난 후 갈등 치유와 관련 통합 메시지나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동 분야와 관련해서는 ‘친노동 성과’보다는 또 다른 당사자인 기업이 부담해야 할 ‘노동비용 증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삶의 질 향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기업이 노동비용 증가를 상쇄할 만큼 노동생산성도 향상돼야 하는데, 정부의 정책 메뉴에 중소·영세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문제의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나윤석·박우인·조권형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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