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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에도 떨지 않았다...세계영화 거장 반열 오른 '봉테일'

재치있는 소감에 객석 환호

美거물급 인사들 팬덤 자처

할리우드 러브콜 쏟아질 듯

10년 넘게 스토리 구상 중인

차기작에 벌써부터 이목집중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 5등분해서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농담 섞인 소감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날까지 7개월간의 ‘아카데미 캠페인’과 무수한 국제 무대에서 수상 경험이 있는 봉 감독에게는 아카데미 감독상이라는 무거운 왕관에도 떨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거물’ 감독으로 인정받은 봉 감독이 아카데미 입성을 통해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 주류 감독으로서 세계 자본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봉준호라는 아시아 감독이 미래에 주목할 감독이라는 것을 세계적으로 또다시 인정받은 상”이라며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보다 큰 자본을 토대로 자기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의 적극적인 러브콜도 예상된다. 쿠엔틴 타란티노를 비롯한 적잖은 할리우드의 거물급 인사들이 이미 봉 감독의 팬임을 자처하고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할리우드에서 봉 감독의 작품에 집중했다는 것은 국제적인 영화산업으로의 진출을 의미한다”며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의 영화 제작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계까지 발칵 뒤집어놓은 봉 감독은 스스로를 “12세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에 매료돼 감독의 꿈을 키웠던 한국 ‘영화광’은 이날 미국 영화산업의 본고장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음속 우상이었던 스코세이지 감독과 나란히 감독상 후보에 오른 끝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는 감독상 수상 무대에서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그 말은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었다”면서 “제가 마티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상을 받을 줄 몰랐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기생충’이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시나리오의 힘 못지않게 영화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 세트 하나에서도 치밀한 디테일을 자랑하는 봉 감독의 치밀함이 있었다. 국내에서 봉 감독에게는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다. 그가 연출한 7편의 장편들에는 디테일함과 엉뚱함, 이상한 과감성이 묻어난다. 대사와 장면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으며 봉준호식 유머 코드가 곳곳에 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일찌감치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파트단지 내 강아지 실종사건을 그린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는 특유의 유머코드가 호평을 받았으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2003)’은 유머와 함께 치밀함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후 ‘괴물’을 시작으로 봉 감독은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의 해외 개봉으로 이미 외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끝에 이번 ‘기생충’으로 화룡점정을 이뤘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벌써 봉 감독의 차기작이 초미의 관심사다. 봉 감독은 앞서 지난해 11월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일어나는 독특하고 무서운 사건을 다룬다”며 “한국어 버전과 할리우드 버전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어 버전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할리우드 버전은 지난 2016년에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작품 규모에 대해 봉 감독은 “전작인 ‘기생충’ 혹은 ‘마더’와 비슷한 규모”라고 밝혔다. 다만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기 전까지는 나도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며 스토리라인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차기작은 봉 감독이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구상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은 이미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등을 제작한 미국 케이블채널 HBO와 드라마 제작에 대한 합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편수·연출자 등 세부적인 제작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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