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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재난기본소득 실익 따져보니…美日보다 소비비중 낮아 효과 적고 지자체 재정 악화 불보듯

'전국민에 현금' 요구 잇따르지만

韓, 내수시장보다 수출 의존도 커

개인에 돈 풀더라도 부양효과 의문

지자체 자체 재원 나눌수있지만

재정자립도 낮고 형평성 문제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긴급생활비 지원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비 비중이 높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수출비중이 높아 재난기본소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전 국민에게 돈을 직접 나눠주는 재난기본소득 요구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이 현금 지급 방식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기축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현 시점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돈은 돈대로 쓰면서 경기진작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뒤따른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1인당 1,000달러씩 두 차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 급부’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이름만 다를 뿐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 국민 재난 기본소득 꼭 실현해 주시기를”이라는 제목으로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공개 건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미국과 일본의 GDP 대비 채무비율을 비교하며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재난 기본소득이 포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긴급구호 생계비라는 이름으로 대구·경북 지역 소상공인에게 월 200만원, 다른 지역은 월 150만원을 지급해달라는 요구를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 일본과 같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먼저 미국과 일본은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개인에게 돈을 줘서 소비를 진작하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48.1%로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반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68.1%), 일본(56.6%)은 내수의 경제 비중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미국은 2014~2019년 민간소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체 경제 성장의 85%를 차지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만큼 재원 조달 문제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미국은 국제결제에서 인정되는 기축통화를 쓰기 때문에 발권력으로 달러를 만들어 부채를 갚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돈을 찍어낼수록 원화 가치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가 채무만 늘어나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기고, 대외신인도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은 소비 대국에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재정적자나 무역적자가 발생해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현금 살포 효과가 별로 없어 미국과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2009년 경기 불황을 극복하겠다며 전 국민 1인당 1만 2,000엔, 18세 이하 65세 이상은 1인당 2만엔씩 지급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시 일본 국민은 돈을 쓰지 않고 저축했다. 이번에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금 지급에 나서는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홍콩(740만명)과 싱가포르(560만명) 등 다른 나라 사례 역시 인구 규모 작은 소국으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금 지급을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원을 이용해 나눠주는 것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는 낮은 수준으로 정부 도움 없이는 재원을 감당키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 등 현금 지급을 시작한 서울과 전주시, 경기도 화성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82.2%, 31.7%, 68.9%다. 대부분 지자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만큼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다가 재정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지자체 간 형평성 문제도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내부적으로 현금 지원 방식이 경기 부양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재원 조달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 지원 방식은 효과에 비해서 경기 변동만 키울 뿐이고, 실행하더라도 타이밍이 중요한데 외출을 안 하는 지금 같은 시기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지자체 자체 시행도 재난기금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세종=조지원·나윤석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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