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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코로나로 기업 R&D 위축…科技뉴딜 위해 산학 융합연구 절실"

[김우식 카이스트 신임 이사장 인터뷰]

정부 부처 중복투자 막고 맘껏 연구하는 자율성 줘야

연구는 독창성·지속성이 생명...과기부총리 부활 필요

최저임금 동결하고 주 52시간제·탈원전 정책도 수정

文정부, 경제 살리려면 정책 전환하고 전문가 중시를

김우식 신임 KAIST 이사장이 지난 4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과학기술 중시로 산업혁신을 꾀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 연착륙과 함께 과학기술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이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김우식(80) 신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은 지난 4일 연세대 내 창의공학연구원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산학협력과 융합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KAIST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첫 언론 인터뷰다. 김 이사장은 “연구의 생명은 독창성과 지속성, 협력인데 코로나19로 기업 연구개발(R&D)이 위축될 수 있어서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과학기술부총리 제도 부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처 간 중복투자를 막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며 맘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어도 부처 융합연구나 연구자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로서 같이 머리를 맞댔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살리려면 전문가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과감하게 정책을 전환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KAIST 이사장을 맡게 된 소감과 포부는.

△내가 참여정부 시절 과기부총리를 지낼 때 미국 MIT 기계공학과의 서남표 교수를 KAIST 총장으로 모셔온 인연도 있다. 세계 속의 KAIST로 만들어야 하는 책무와 사명감이 크다. 총장 중심으로 협력해 인성을 갖추고 실력 있는 세계적 연구자들을 배출해야 한다.

-KAIST를 벤치마킹한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지금 MIT급에 근접하고 있는데.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말한 것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여기에 융합적인 사고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걱정거리를 없애줘야 한다. 과기부총리를 맡았을 때 일본 이화학연구소장을 만나 세계적 연구소의 비결을 물어보니 ‘1·2·3등은 의미 없다. 온리원(단 하나) 정신으로 독창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꾸준히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고 하더라.



-자기만의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연구를 위한 연구’는 안 된다. 독창성과 지속성·협력이 생명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가 과학 부문 노벨상을 타지 못해 늘 부끄러웠는데 의지를 갖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길을 깊게 파고 폭을 넓히면서 협력하면 된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도 필요한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융합을 통해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처럼 과학기술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면 놀랄 만한 게 나온다.

-과기부총리를 지낼 때와 비교해 지금의 R&D 환경은 어떤가.

△각 부처의 과학기술이 흩어져 있는 게 많고 중복투자도 적지 않다. 국방이나 산업이나 각자 기술을 개발하는데 서로 보완할 게 많다. 참여정부에서 과기부총리를 지낼 때는 융합 조정의 희망이 있었는데 아쉽다.

-참여정부가 마무리된 뒤 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산업에 대해 아니까 기대를 좀 했다. 그런데 과기부총리제를 폐지하고 교육과학기술부로 바꾸더라. 과학기술 기반 토양을 잘 다듬어 뿌리를 내리고 상당히 올라가려는 마당에 힘을 더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근본을 확 뒤집어버렸다. 박근혜 정부에도 과기부총리제를 하자고 청원했는데 더 이상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라고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과기부총리 부활의 희망을 가졌는데 이번에도 정보통신과 합해서 과학을 집중 성장시키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 시스템에서도 못할 게 없지만 세계와 경쟁하려면 집중화가 필요한데 좀 부족하다. 과기부총리 시절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본래 기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각자 자기 부처 일만 하는 바람에 큰 융합 프로젝트는 잘되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는 과기부총리 제도를 부활하기 바란다.



-과기부총리를 지낼 때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과학기술인이 자긍심을 갖게 하고 안정적인 근무여건을 조성하려고 했다. 당시 정부 출연 연구원을 방문해 원장들에게 ‘간판거리가 뭐냐, 어떤 분야를 특별히 잘하느냐’고 묻고는 했는데 다시 방문하면 눈여겨봐둔 연구자들이 기업이나 대학으로 갔다고 해서 허탈했다. ‘대학보다 정년도 짧고 연금도 좋지 않아 그렇다’고 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과학기술인공제회에 3,000억원만 출연해달라고 떼를 썼다. 연구자의 노후 보장, 생활 안정, 복지를 위해서다. 기획예산처 장관이 ‘예산안이 국회에 가 있다’며 불가능하다고 펄펄 뛰었는데 대통령의 지원 등으로 결국 2,000억원을 받았다. 공제회는 올해 자산 7조9,000억원에 회원 8만5,000명을 목표로 할 정도로 커졌다.

-당시 R&D 환경은 어떤 수준이었는가.

△교수와 연구원들이 기한 내 보고서 제출 등 행정 처리할 게 많았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벌칙도 있고 재정감사를 받느라 애썼다. 그래서 연구지원금을 준비해 대학 학장과 연구원장들에게 ‘뭐든 연구자가 꼭 하고 싶은 계획을 받아 추천해달라’고 했다. 1인당 수천만원씩 64억원을 조건 없이 지원했다. 하고 싶은 연구를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며 아이디어를 성숙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초연구’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 실상 그것도 조건이 붙어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연구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독자적이고 창의적 연구를 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수 등 양적 평가 비중이 크다. 연구비의 일정 부분은 과제 책임자에게 재량권을 주는 것이 좋겠다. 단 연구부정이 있다면 엄격하게 다루면 된다. 연구하다가 방향을 틀어 다른 쪽으로 하면 더욱 효과가 좋은 경우가 있는데 기간을 맞출 수 없어 그냥 진행하게 된다. 제약·바이오라든지 여러 분야의 연구 과정 중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연구윤리도 중요한데.

△과학기술인의 양식에 호소해야 한다. 정도와 원칙을 지키도록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출연 연구소나 대학에서 연구윤리가 많이 강화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R&D가 축소되고 있는데.

△출연 연구소에서 연구자를 뽑으면 기업 출신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하더라. 그만큼 기업의 R&D 축소 조짐이 있어서 걱정이다. 기업이 어려워질 때 대학이나 연구소에 의지하게 될 텐데 대학 산학협력단이 교수와 기업을 적극 연결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연구환경이나 교육, 기업·국가 경영에서 많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과학기술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하는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시대를 앞서가는 창조물이 나와야 한다. 과기부총리를 지낼 때 선도자를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산학협동이 부분적으로는 되고 있으나 왕성하게,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 기업이 관심과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기초연구를 많이 해 응용·개발연구로 이어지도록 협력해야 한다. 학회나 기술포럼에 기업인들이 많이 오는데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바이오공학뿐 아니라 바이오의료에서도 긴밀하게 교류했으면 한다. KAIST를 비롯해 우수한 연구자들이 앞으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내놓을 수 있다면 많은 박수를 받고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할 것이다. 그러면 대학 기부금도 쏟아질 것이다.

-대학 내 산단 활성화와 학과 간 융합연구도 중요한데.

△산단이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연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교수들이 창업한 기업의 지분(20%)이나 정부 과제비를 받아 연구한 특허권을 대학이 갖는 만큼 창업과 기술이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의대·공대·이과대·인문대·예술대가 어우러져 기업의 지원으로 들어선 산학관에서 융합연구를 하면 좋은데 연구자 간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기 쉽지 않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는데.

△제가 경험하고 느낀 문 대통령은 품성이 선하고 일할 때 조용히 열심히 한다. 요즘 지지도가 높은데 국민 마음속에서 신뢰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격도 높아졌지만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 주어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도 코로나19를 잘 막았지만 의료진과 봉사자들의 헌신적 노력, 국민들의 참여가 결정적이었다. 이제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게 기존 정책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융통성 있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고칠 것은 고치고 탈원전 일변도에서도 탈피했으면 한다. 이미 투자를 많이 한 신한울 3·4호기를 구태여 중단할 필요가 있는가. 전기 등 에너지는 안보의 핵심이다. 탈원전을 하는 독일은 프랑스 원전에서 전기를 사올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안 된다. 탈원전으로 한전이나 두산중공업이 어려운데 수많은 협력업체도 같이 힘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도 과속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 결정을 했으면 한다. 연구현장에서 밤새워 연구해야 하는데 주 52시간제는 모순이다. 적용 예외 분야를 늘려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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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업을 마친 뒤 방직회사에서 생산공장 운영을 맡다가 연세대 교수로 부임한 뒤 총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중도보수 성향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당시 시민사회수석과 민정수석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근무했다. 이어 과학기술부총리를 지냈다. 2009년부터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과 과학문화융합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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