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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승자독식 강화되는 언택트 경제…사업 속도·타이밍이 생명"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온라인, 오프라인과 달리 1위업체 쏠림 현상 심화

'速者生存 전략' 아래 특정분야 선두 목표로 전진해야

당국은 '기업 앰뷸런스맨' 되어 응급처치 앞장서고

규제의 정치논리 벗어나 선완화 후제재 강화 노력을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11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이 나와도 사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는 게 혁신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인류의 삶은 물론 산업 패러다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쇼핑을 포함해 핀테크·원격의료·원격교육 등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의 영토가 무한 확장되면서 승자독식 구조가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언택트 경제의 특성상 선점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 쏠림 현상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으로는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글로벌 경제에 코로나19발 구조조정이 체질 개선과 재도약에 나서는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11일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경제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던 것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스마트폰 덕분”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4차 산업혁명의 진가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톱3가 독식하는 ‘룰오브스리(Rule of Three)’가 통했지만 언택트 경제에서는 ‘룰오브원(Rule of One)’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신시장을 개척해 선점하는 전략이 유효한 만큼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구조의 판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맥킨지는 최근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지역화(regionalization)로의 변화’를 넥스트노멀로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 고리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기업들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강해 타격을 덜 받은 만큼 제조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투입에 나서고는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헬리콥터로 뿌리듯이 돈을 풀었고 이번에는 전폭기로 총알을 쏘아대듯이 과감하게 대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드론으로 살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나 고용안정지원금 등은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원천은 기업이다. 항공이나 조선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데도 헉헉대는 상황이어서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정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과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규대출을 해주고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정도다. 중진공 이사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에도 메르스 사태로 중소벤처기업의 어려움이 커졌다. 당시에는 ‘앰뷸런스맨’ 제도를 운영했다. 전문성과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구성된 앰뷸런스맨을 집중 투입해 메르스 감염자 발생 기업이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 병의원의 정책자금 지원에 역량을 집중했다. 핵심은 응급환자에게 달려가 병원비가 얼마나 들지 따지지 않고 무조건 살리고 보는 것이다.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고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막혔을 수도 있다. 또 판로가 확보되지 않거나 원자재 수급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증상에 따라 필요한 응급처치를 과감하게 실시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곳에 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비상시국에는 부실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 살리기를 정책 1순위로 정했으면 정부의 행정력도 이런 방향으로 모아져야 한다. 하지만 나중에 경영평가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기 일쑤다. 어려운 기업을 도와줬다고 칭찬을 하기는커녕 부실률을 높였다고 책망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공무원이 소신을 갖고 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는가. 결국 정책당국이 앰뷸런스맨을 자처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바로 국가의 실력이자 조직의 실력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11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이 나와도 사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는 게 혁신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유통 전문가의 관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상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던 온라인 유통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엄청난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처음에 온라인 유통이 나왔을 때 거래가 분산될지, 집중될지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오프라인은 거래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가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사실 톱3가 독식하는 ‘룰오브스리’는 장치산업에 통용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자동차·통신 주요 기간산업을 보면 상위 3개사의 독식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상당수 학자들이 온라인 유통이 확대되면 (플레이어의)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고객의 선택폭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온라인 시장의 쏠림 현상이 더 심하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사례에서 보듯이 승자독식이 공고해지면서 ‘룰오브원’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아마존이나 쿠팡이 시장의 우려와 부정적 전망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규모 투자유치와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도 이러한 시장의 룰에 맞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독점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뭔가.

△오프라인 시장은 지역적으로 분할돼 있다는 점에서 소규모 기업들도 틈새를 찾을 수 있었다. 지역 내에서 오가며 눈에 띄는 상점에 들어갈 수도 있고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은 대량 생산된 상품의 판매를 밀어붙이는 식의 푸시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 고객이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플레이스토어를 보면 검색어 하나당 얼마나 많은 앱이 있는가. 일일이 경험한 후 선택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당연히 가장 상단에 있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려받은 ‘1등 앱’을 설치하기 마련이다. 과점이 아닌 독점 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연히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기 위해 해당 업체는 엄청난 홍보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기 전에 오프라인 홍보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택트 경제에서 스타트업의 선택지는 어떤 게 있을까.

△기존 시장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다면 승산이 있다. 삶의 패턴이나 일상에서의 빈틈, 혹은 부족한 뭔가를 찾아내 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창의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정 분야에서 1등이 되는 것, 그것을 목표로 해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적자생존’이 아닌 ‘속자생존(速者生存·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남음)’이라는 말이 더욱 유의미한 것이다. 다만 속도 못지않게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타이밍도 놓쳐서는 안 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11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이 나와도 사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는 게 혁신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언택트 경제에서 예상되는 위기는.

△고용 부문에서 큰 위기가 올 것이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단순반복 일자리는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대다수의 회사 경영진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 ‘그동안 필요한 인원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다. 이렇게 되면 기능직 블루칼라 노동자뿐 아니라 관리직이나 사무직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도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미 강남대로 인근의 사무실 공실이 늘었다. 언택트 경제가 커질수록 사무실이나 상가 등의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 수요는 고정적으로 있지만 상가는 시장 변화에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관련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일자리도 엄청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규제의 경제학이 아니라 규제의 정치학이 통용되고 있다.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치논리에 빠져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 규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떤 사건이 생기고 이를 언론이 부각한 후 시민단체가 발언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에 정치권이 화답하면서 정부가 입법화하는 양상이다. 물론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특정 사건이나 사안을 일반화하면서 기존 산업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 문재인 정부 들어 너무 빈번해졌다. 생명·안전·환경 등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필수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적용되는 게 문제다. 이렇게 되면 선행규제만 넘쳐날 수밖에 없다.

-결국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선(先) 규제는 완화하되 후(後)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언택트 산업만 봐도 어떤 비즈니스모델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데 시장에 진입하기도 전에 규제부터 잔뜩 만들어놓은 상태다. 일례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만 해도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본법도 만들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어떻게 서비스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논할 수 있는가. 이처럼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이 나와도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는 게 혁신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포지티브 규제를 버리고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He is

1957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태어나 서강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 미네소타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1995년부터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구매조달학회장, 한국유통학회장,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동반성장위원 및 적합업종 실무위원, 한국중소기업학회장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 3년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일했으며 2018년 서강대로 복귀해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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