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기업인의 필수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 제도’를 양국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9시부터 34분간 시 주석의 요청으로 전화통화를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지난 2월20일 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두 차례 정상통화를 나눈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뿐이다.
두 정상은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올해 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시 주석이 “올해 중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한중관계에 있어 시 주석님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기로 했다. 2월 정상 통화에서는 상반기 내로 기한을 설정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올해 안으로 연기된 것이다.
두 정상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일관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
한중 양국의 코로나19 대응상황에 대한 상호 공유도 이어졌다. 아울러 두 정상은 양국 간 방역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문 대통령님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효율적으로 통제되면서 성과를 내고 있어 축하한다”면서 “양국이 좋은 이웃으로서 국제방역 협력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월 정상통화 이후 한중 양국 간 코로나19 공동대응을 위한 방역협력이 잘 진행돼왔다”면서 “중국의 가장 큰 정치행사인 양회가 다음주 개최되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한중관계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자고 했다.
특히 양 정상은 기업인들의 필수적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기업인 신속통로 제도’를 협력의 모범 사례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신속통로의 적용대상과 지역이 확대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전 세계에도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달 1일부터 기업인들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신속통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경우, 중국 내 ‘14일간 의무격리’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중국에 입국한 한국인 기업인은 470여명에 달한다.
3일 LG 출장단 252명이 중국 난징에 입국했으며 10일에는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및 협력사 직원 215명이 톈진에 발을 디뎠다. 기업인 입국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위해 국가 간 제도화에 합의한 것은 한중 양국이 처음이다. 강 대변인은 “최근 이 제도를 활용해 우리 기업인 200여명이 입국해 13일부터 현지에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도 이날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와 양국 간 코로나19 대응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 장관은 웨이 부장에게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성과 투명성·민주성에 기반한 우리 정부의 선제적 방역조치 덕분”이라며 “또 우리 국민의 적극적 협조가 있었고, 우리 군의 범정부대응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웨이 부장은 “양국 정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룬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성과와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두 장관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정 장관은 “감염병·재난 등과 같은 국경을 초월한 비전통적 안보위협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세민·김정욱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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