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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벅찬데...또 리더십 공백 위기 내몰린 삼성

이재용 8일 영장실질심사

법원 구속 결정땐 총수 부재로 위기극복 경영 올스톱

대규모 투자·M&A 실종...특유의 '초격차' 전략 차질

재계 "불구속 재판 기회 줘야"...외신도 "총수역할 중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구속의 갈림길에 서면서 삼성이 또다시 ‘리더십’ 부재의 위기에 처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지난 2018년 11월부터 1년6개월간 이어진 이번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만 50여차례 받았고 전현직 경영진 110여명이 430여회나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8일 열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될 경우 삼성은 ‘역대급’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심화한 가운데 총수 부재로 리더십 공백마저 생기면 삼성의 위기극복 경영이 올스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실종되면서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위기 이후 바뀔 산업 판도에 대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총수인 이 부회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삼성의 오너 리더십 부재 위기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중국·일본 등 강대국 간 패권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목줄을 죄려 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와중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양대 핵심시장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미중 갈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영인 중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시안 반도체 공장을 직접 둘러본 것도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대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총수인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가 맹추격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이미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102억달러를 들여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최근 한국 법원의 결정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대두되는 점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 한일 갈등이 다시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내부적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이 반도체 소재·장비 수출규제를 다시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18조원 규모의 평택 파운드리, 낸드플래시 투자 집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의 3대 수출규제 소재 중 하나로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서자마자 바로 일본을 찾아 현지에서 대응책을 모색했다”며 “소재 다변화에 따른 기회비용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를 수 있는 만큼 발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이곳에 총 18조원을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며 삼성이 대규모 M&A에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에도 애플·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위기 이후 기회 선점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은 지난달 초 일주일 만에 넥스트VR·보이시스·다크스카이 등 스타트업 3곳을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아마존도 영국 화물운송 스타트업인 비컨에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약 9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인수한 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M&A를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지만 삼성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리더십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면서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의 경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반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그룹의 경영자원이 재판 대책에 할애돼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지연되는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만일 이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삼성은 한국 경제와 국가정신에 있어 흔치 않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한국이 기술수출 강국으로 변신한 것은 가족이 운영하는 대기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재용·변수연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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