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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신임 KAIST 총장 특별인터뷰 "의사과학자 양성에 앞장…기술 사업화 위해 TLO 민영화 할 것"

"의·공학 공동연구 병원 구축…롤모델 MIT와 다른길

인센티브·외국자본 연결…교내 창업 활성화 총력

기업 몰려오게 해 '혁신 클러스터' 건설 선도할 것"

이광형 신임 KAIST 총장




“앞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광형(67·사진) 신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22일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KAIST는 의과학대학원은 있지만 아직 의대(의전원)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바이오 시대에 국가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바이오뇌공학과 명예교수로서 신성철 총장 체제에서 교학부총장으로 활동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KAIST의 100년을 준비하는 새 총장으로 23일부터 업무를 개시하며 취임식은 오는 3월 8일 갖기로 했다.

실제 이공계와 의대 등의 융합 연구를 통한 기술 사업화가 중요한 시대이나 KAIST는 의대가 없어 약점으로 꼽혀왔다. KAIST가 오랫동안 벤치마킹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도 의대가 없는 것이 하나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신임 총장은 “그동안 KAIST는 MIT를 벤치마킹해왔는데 MIT는 크기가 2~3배 큰 대학이라 전략이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테크니온공대처럼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의대를 만들어 의대와 이공대의 융합 연구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AIST가 의전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KAIST법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해 8월 말 정부가 의대 증원, 공공 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추진을 들고 나왔다가 의사들의 파업(진료 거부)으로 결국 카드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게 현실이다. 정부는 당시 10년간 연 400명씩 의대 정원을 확대(현재 3,060여 명)해 지방에 의사를 충당하며 의사과학자, 역학조사관·중증외상의 등을 키우려고 했다. 사실 KAIST 의대 신설은 서남표 전 총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신 총장 시절인 지난해 하반기에도 물밑에서 청와대와 국회 등에 50명 정원의 의전원 추진을 위해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는 내심 찬성하는 입장이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개업의가 아닌 의사과학자라는 전제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의대 신설은 민감한 이슈라 내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예산은 6년의 의대 과정을 거쳐 이후 석·박사 과정까지 운영하려면 병원을 짓지 않더라도 건물과 실습실을 갖추는 데 족히 2,000억~3,000억 원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신임 총장은 “바이오·의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연구하는 의사과학자·공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병원을 다수 구축하겠다”고 역설했다

KAIST의 의전원 추진 방침과 관련해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은 “대개 기초의학을 열심히 하는 경우 훌륭한 의사를 스승으로 만나 기초의학을 전공하게 된다”며 “다만 미래 의·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KAIST나 POSTECH(포항공대)에 의대를 신설하다면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에서는 의·과학자와 임상의, 인공지능(AI)·영상판독 전문가 등이 융합해 바이오헬스 기술 사업화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의사과학자로 지난해 말 마이크로바이옴 업체(지놈앤컴퍼니)를 코스닥에 상장한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국내에서는 3,000여 명의 의대 졸업생 가운데 순수 기초 의사과학자(병리·예방 제외)가 지난해 서울의대 졸업생(160명) 중 단 한 명에 불과하다”며 “다른 대학 의대는 더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임 총장은 이날 포스트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그는 “지금은 20년 후 AI가 일반화돼 있을 시대를 상상하며 그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에 비해 AI 기술이 많이 뒤처진 현실에서 20~30년 뒤의 미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행따라 하는 게 아닌 ‘최초 연구’에 가치를 두겠다”며 “미술관을 지어 예술적 소양을 쌓는다거나 인문학을 강화해 폭넓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KAIST는 연구 주제를 선도하고 대표 기업을 배출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AIST의 기술 사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담당 부서(TLO)의 민영화 방침을 밝혔다. TLO는 기술이전 전담 조직(technology licensing office)으로 흔히 산학협력단을 일컫는다. 하지만 국내 TLO 조직의 역할은 미국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이고 역량이 뒤진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KAIST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술이전료가 연 100억 원을 넘기기는 했으나 아직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은 너무나 미흡한 수준”이라며 “그 원인은 여럿이 있는데 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공무원 조직이다 보니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동기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이 조직을 민영화해 우수 인재도 유치하고 기술 사업화 성과가 좋으면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신임 총장은 “교내 창업 기업을 외국자본과 시장에 연결하고 교수 연구실별로 최소 한 개의 창업을 권장하겠다”며 “기술 사업화 부서를 민영화, 인센티브 체제로 개편해 10년 내 연 1,000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 미국 등 기술 사업화를 잘하는 대학에서는 TLO가 기술 사업화 실적에 대해 20% 안팎까지 인센티브를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물론 TLO는 특허의 효율적 관리와 투자금 유치, 마케팅 연결 등 주요 역할을 한다. KAIST의 한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기술이전료로 버는 돈에서 특허유지료와 교수성과비를 제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게 현실”이라며 “KAIST라고 크게 예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신임 총장은 미국 보스턴과 실리콘밸리 등에 KAIST의 해외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해 공동 R&D와 기술 사업화의 허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앞서 신 총장도 KAIST 창업원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공언한 바 있다. 다만 이 신임 총장은 일부 대학에서 교원이 창업하면 대학에 일정 부분(성균관대의 경우 7%) 기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 신임 총장은 “KAIST는 우선 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대학의 기술 사업화가 활성화되면 대학 주변에 기업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대전~세종~오송’을 연계한 혁신 클러스터를 만드는 데 KAIST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대학이 학교 내 글로벌 기업이 많이 입주하거나 주변에 산학연 밸리가 발전해 있는데 우리 대학들은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KAIST가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앞서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넥슨), 김영달(아이디스), 신승우(네오위즈), 김준환(올라웍스) 등의 제자가 창업할 때 도움을 줘 일부에서는 ‘KAIST 벤처 창업의 대부’라고도 부른다. 그는 “창업하는 제자들을 위해 특별히 가르쳐준 것은 없고 학생들이 하겠다는 것을 방해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미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KAIST가 지금까지 나름대로 기술 사업화에 활성화 노력을 해왔다”며 “하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봐 지원책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의 겸직을 적극 권장하고 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는 3일은 대학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겸직을 허용해 시너지를 낸다.

한편 그는 “기존 KAIST의 ‘글로벌 가치 창출 대학’이라는 비전을 계승하되 QAIST 전략을 펴겠다”고 밝혔다. QAIST는 교육 혁신(Question), 연구 혁신(Advanced research),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기술 사업화(Start-up), 신뢰(Trust)의 약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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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서울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KAIST 산업공학 석사,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리옹 전산학 석·박사 △KAIST 바이오뇌공학과장, 국제협력처장, 미래전략연구센터장,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교무처장, 미래산업석좌교수, 교학부총장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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