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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 된 '美 최저한세율 15%案'…OECD 최저세율 합의 교두보 마련

■'다국적기업 법인세' 급진전

美 법인세 절반수준 최저세율 제안

FT "국제적 호소력 높였다" 평가

거대 디지털기업 공정과세에 초점

G7 재무장관 회의서 합의 도출땐

6월 G7 정상회담서 공식서명 가능

아일랜드 등 저세율국가 반대 변수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 논의는 그간 진척이 쉽지 않았다. 거대 다국적기업에 대한 공정 과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모임이라는 ‘주요 7개국(G7,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내에서조차 각국마다 다른 법인세율에 따른 유불리로 의견 차를 좁히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 도입 논의의 물꼬는 지난 4월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각국 법인세율 하한을 설정하고자 G20과 협력하고 있다”며 “각국이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텄다.

논의 초기만 해도 제안된 최저한세율은 미국의 현재 법인세율인 21%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이 높은 세금을 피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마지노선이었지만 더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국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래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최저한세율을 15%로 한 수정안을 던졌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최저한세율을 기존 안보다 6%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는 특히 미국이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법인세율 28%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에 가깝다. 이 수정안은 한마디로 ‘신의 한 수’가 됐다.

2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21%에서 15%로 낮춘 것은 국제적인 호소력을 높였다”고 논평했다. 아울러 거대 다국적기업의 이윤에 대한 과세 기준에 ‘매출 발생 지역’이 들어가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다른 선진국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해석했다.

경제 회복 지원을 위한 재정 조달 확보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자국 기업의 해외 이탈을 차단해야 하는 각국 정부로서는 다국적기업 등을 겨냥한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율 도입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었는데 15%로 조정된 최저한세율이 합의를 위한 트리거로 작동했다는 의미다. 만약 이대로 합의될 경우 아일랜드(법인세 12.5%)를 조세 관할지로 삼은 기업은 본국에 2.5%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G7의 실무자 협상에서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5일 열리는 G7 재무장관 화상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되면 다음 달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 대면 회의에서 주요 사안들이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지면 이후 다음 달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7개국 정상들이 합의안에 공식 서명하게 된다.

G7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면 올 하반기에는 G20에 이어 37개국이 모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나서게 된다. 현재 OECD에서는 법인세 최저세율을 12.5%로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G7 간 최저한세율 합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OECD 합의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계적인 규모에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히 강하다. 최고 선진국 모임이라는 G7의 경우야 그나마 의견 조율이 수월할 수 있지만 G20, OECD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 아일랜드·뉴질랜드·헝가리처럼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경우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낮은 세율밖에 없다.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조세 경쟁을 통한 기업 유치라는 이익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불가피하다. 실제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는 이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아일랜드 재무부는 24일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은 OECD 재무장관들 사이에서 아직 주요 결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법인세 최저한세율 도입이 성과를 내기에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의미다.

미국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추진은 거대 기술 기업, 즉 ‘빅테크’ 등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대형 디지털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익을 옮겨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는 한편 이들이 미국 내에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론 와이든 미 상원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은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미국 내에 투자하고 이익 중 정당한 몫을 (세금으로) 내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국 외 다른 선진국이 글로벌 최저세율 도입에 찬성하는 것 역시 빅테크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빅테크가 자국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벌어가기만 하고 자국에 세금은 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늘 비판해왔다. 자국 소비자로부터 창출한 이익을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옮기지 말고 현지법인을 세워 세금을 제대로 내라는 뜻이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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