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저녁 내내 손님 2명뿐…저녁 장사, 차라리 접는게 나을판"

'골목상권 봉쇄' 자영업의 절규

['6시 통금' 거리두기 첫날]

'백신 접종률' K방역 자화자찬 믿다가 뒤통수 맞아

대형프랜차이즈·호텔 등도 취소 잇따라 성수기 무색

최저임금 올리면 못 버텨…자영업자들 차량시위 추진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라 최고 방역 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수도권에서 전격 시작된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젊음의거리가 발길이 뚝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이다. /권욱 기자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손님이라고는 6시쯤에 찾아온 두 명뿐이었습니다. 7시 이후에는 발길이 아예 뚝 끊겼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종로구의 한식당 사장)

초복의 문턱을 넘은 대한민국의 도심과 골목 상권이 꽁꽁 얼어붙었다. 12일 수도권에 내려진 유례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로 시민들의 일상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소상공과 자영업자의 생계 터전인 골목 상권과 도심 곳곳의 거리 매장·음식점이 개점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형 셧다운'으로 불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실시 첫날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거리 두기 4단계 실시는 도심, 골목 상권 전면봉쇄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다. 4단계 실시 전인 금요일부터 식당을 비롯한 상가와 거리가 비기 시작해 4단계 실시 첫날인 이날에는 점심부터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재택근무에 들어간 대기업을 비롯해 사무실이 밀집한 도심 식당가와 상가는 유동 인구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날 오후 6시 이후 수도권의 사적 모임 인원이 2명까지로 제한되면서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서 사실상 셧다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끊긴 매장에서 한숨을 토해냈다. 거리 두기 4단계의 파장을 감수하고 가게 문을 열었던 자영업자들 가운데는 차라리 2주 동안 영업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서대문에서 양꼬치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오후 4시부터 문을 여는데 오늘부터 손님이 뚝 떨어졌다”며 “그냥 장사를 하지 않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재료를 사다 놓은 것도 있어 그냥 썩힐 수만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등포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도 “기존 매출의 30% 정도 수준에 그쳤다”며 “4단계가 시행되면서 저녁 장사가 아예 되지 않고 매출이 처참하게 떨어져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호텔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와 휴교 등으로 낮 시간에도 손님이 많지 않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7월 12일부터 18일까지의 기존 예약 중 50% 이상이 이미 취소됐다”며 “당일 예약 취소까지 포함하면 예약 취소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퇴근 후 손님들로 북적이던 구리 갈매신도시·다산신도시 상권도 매장당 손님이 3~5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산신도시의 ‘꽃도리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 씨는 “이 동네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곳인데 오늘은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게 믿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카페를 6년째 운영해온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코로나19 종식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K방역 성공을 자화자찬하던 정부가 단계 하향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하더니 이제는 방역 조치를 더 강화하며 사실상의 셧다운 선고를 내렸다”며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 때문에 오히려 피해가 가중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거리 두기 4단계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전국 20여 개 자영업자 단체가 모인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매출 피해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보상을 촉구했다. 김종민 비대위 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후 “14일 밤 11시 국회 둔치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청에서 광화문 구간까지 자영업자 500여 명 정도가 1인 차량 시위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의 방역 지침에 불복을 선언한 것이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2주를 과연 버틸 수 있을지도 비관적이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지난해 11월 집합 금지 때도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됐다”며 “지금 4단계도 최소한 추석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2주 멈춤’에서 끝나지 않고 3개월가량은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곧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강력한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최소한 석 달간은 매출이 ‘0’인 상황에서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68.2%는 현재 경영 상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나빠졌으며 40.2%는 정상적인 임금 지급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이미 올해 최저임금도 현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1,000명대로 크게 늘어나자 주요 상권 가게들의 권리금도 급락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매출뿐 아니라 자산 손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사당역 근처에서 12평(39.6㎡) 규모의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코로나19 전에는 7,000만 원 정도 했던 권리금을 이제 1,000만 원으로 낮춰 가게를 양도하려 하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전국 상가의 평균 권리금은 지난 6년을 통틀어 가장 낮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으로 권리금 수준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가의 평균 권리금은 ㎡당 52만 8,000원으로 권리금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액수를 나타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