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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이 곧 탈출"…주점·철물점·볼링장 업종 안 가리고 '패닉 매물'

[거세지는 자영업자 도미노 붕괴]

저녁 손님 없어 손실…4단계가 死단계 불러

"권리금 포기해도 반년째 새주인은 안 나타나"

자영업자, 전체 취업자 대비 20%…역대 최소

지난달 20일 중고 주방기구와 가구들이 거래되는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의 한 매장 앞에서 작업자들이 폐업 등으로 들어온 주방기구를 옮기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생존 위기가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000억원으로 1년 전인 작년 3월 말(700조원)보다 18.8%(131조8,000억원)나 불어났다. 지난 4∼6월 은행권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6월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40조원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2016년 성신여대 근처에서 주점을 열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가게도 2개 더 차리고 그 덕분에 집도 이사해 좋은 추억이 있는 가게인데, 코로나19로 대학 상권이 아예 무너지면서 너무 어려워져 가게를 내놓게 됐습니다.”

12일 서울 성신여대 근처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아파트까지 마련해준 정든 가게를 포기한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의 하소연은 분노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막막함과 절박함으로 변했다. 대학가에서 주점을 운영한 그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코로나19로 1년 이상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데다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이후부터는 사실상 ‘통금’이 돼 저녁 장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저녁이 되면 3명 이상 손님도 받지 못할뿐더러 대학 상권이 코로나19로 텅텅 비면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며 “폐업이 곧 탈출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빨리 탈출하는 게 그나마 빚을 줄이는 길”이라고 전했다.



명동을 비롯한 대표적인 상권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매물’이 대거 나오면서 거리가 텅 빈 상태다. 몇십년째 국숫집을 운영한 B 씨는 올해 초 빚을 감당할 수 없어 점포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1,000만 원도 넘는 월세에 인건비, 전기 요금, 원료비 등 고정비용까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그는 “1년이면 끝날 줄 알았고, 이렇게 자영업자들만 죽어가 죽어라 때릴 줄 몰랐다”며 “백화점·대형마트는 이제서야 QR 체크를 하고 그나마도 제한이 없는데 왜 우리 같은 자영업자만 옥죄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권리금도 포기한 상태”라며 “가게 정리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철물점도 매물로 나왔다. 이 철물점 주인의 아들인 C 씨는 부모님 대신 철물점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는 “집수리가 꾸준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점포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권리금 포기 매물이 최근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나온 매물조차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만 20억 원이 넘는 경기도 일산 소재 볼링장도 반 년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2차로 볼링장에 오는 손님들이 영업 제한으로 뚝 끊기면서 적자를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볼링장 대표 D 씨는 “투자비, 임대 보증금을 합쳐 20억 원이나 들였는데 코로나19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매장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주점에서 철물점·볼링장까지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전국 자영업자들이 생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로 증가하자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영업 제한 강도도 점점 세지기 때문이다. 특히 방역 대책으로 일부 소상공인 업종의 영업 제한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온라인 판매나 배달이 불가능한 자영업자 중심으로 그야말로 ‘패닉 매물 폭탄’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사장이다’의 점포 매물 등록을 보면 올 8월 기준으로 일주일 평균 700개 이상 매물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8월 한 달 전체 매물은 264개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자영업 점포 매물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일종의 투자 회수금인 권리금을 아예 포기하면서까지 장사를 접는 사례가 늘어나며 자영업자들의 재산 손실도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전국에서 권리금이 있는 상가 비율은 55%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장사 포기’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방역 규제에 따른 장기간 영업 제한이 가장 큰 이유다. 사적 모임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전국 단위 매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0만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을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이후 현재까지 전국 주점 매출액은 평년(2019년) 대비 5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 4단계 규제가 오는 22일까지 확정돼 있어 거의 두 달 가까이 매출 ‘반토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영업 제한이 더 길어지고 강화되면 ‘단군 이래 최악의 자영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자영업자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11일 발표된 통계청의 7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전월 대비 7만 1,000명가량 감소했다. 7월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 대비 20.1% 수준으로 198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가장 낮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추진단장은 “ 자영업자의 사업 재편이나 대전환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사업 재편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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