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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규제품목 국산화 성공했는데…설비 확대도 못해

■말뿐인 K반도체 육성

삼성·SK하이닉스 등 대기업도

공장설립 문제로 지자체와 충돌

특별법 제정해 허가 장벽 낮춰야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한 램테크놀러지가 국내에서 공장도 제대로 증설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정부 K반도체 전략의 부실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정부는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물론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회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공언했으나 막상 소재 국산화에 성공한 우리 기업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장 설립에 퇴짜를 맞고 있다. 법적 조건을 만족했음에도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대와 지자체의 규제 장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려는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최근 램테크놀러지가 충남 당진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을 두고 서글픈 현실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램테크놀러지는 SK하이닉스와의 협업으로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한 회사다. 최근 현재의 생산능력보다 6배나 많은 불화수소 및 응용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팹을 디자인했는데도 공장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불화수소는 2019년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한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된 반도체 소재인 만큼 업계에서 램테크놀러지에 거는 기대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진시가 시민 단체의 반발로 공장 건립을 불허하자 업계의 실망감은 커져가고 있다. 회사는 정부의 중재는 고사하고 갈등을 해결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램테크놀러지의 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회사가 설계한 안전한 인프라와 위법성이 없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크고 작은 갈등이 제때 봉합되지 않아 ‘K반도체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에 맞춰 공장을 설계했는데 지자체에서 돌연 불허를 하는 경우가 있어 사업을 할 의지조차 약해진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와 지방정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새로운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선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건강권과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과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가공선로를 설치했다가 2년 후 해당 구간에 터널을 뚫어 전선을 지중화하기로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750억 원의 자금을 스스로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립 확정 이후 안성시 및 지역 주민들과 공업 용수 방류 문제를 수년째 해결하지 못했다가 올 초 방류수 관리 기준을 더 높이는 방안을 합의하며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했다. 송전 시설 설치에도 SK하이닉스가 5,000억 원을 직접 들였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수도권’에 공장을 짓는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조마조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 역시 공장 설립 등에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부도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생산 및 연구 설비 건축만큼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강력한 지원책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핵심 투자와 관련한 갈등이 생겼을 때 국가가 나서서 이를 최단 시간 내 봉합하고 시설 허가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등을 속히 제도화해 반도체 기업이 눈치 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현재 반도체 관련 공장 및 연구 설비 부지 선정 구축 허가와 관련된 법규가 굉장히 복잡하고 부처 및 지방정부 간 입장이 얽혀 있다”며 “당초 정부 여당이 밝힌 계획대로 이달 내 반도체 관련 특별법이 완료돼야 업계가 더욱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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