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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자급률 50%도 안되는데…우량 농지에 작물 대신 '태양광 패널' 심어

■'여의도 14배' 논·밭, 태양광으로 뒤덮여

식량자급률 10년새 54 → 45% 뚝

'태양광 농지'는 매년 58%씩 늘어

"에너지 자립한다며 식량자립 뒷전"

전력수요 적은 농촌에 무리한 증설

계통망 접속 안돼 발전효과 떨어져

"태양광 과속 멈추고 정책 다시 짜야"


"에너지 자립만큼 식량 자립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논이나 밭에 태양광을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 듭니다. 무엇보다 전력 수요가 적은 농촌에 태양광을 무리하게 증설할 경우 송배전망과 같은 전력계통망 접속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부작용도 커 보입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논밭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설비가 몇년 새 급증한 것과 관련해 식량 자립도 하락 및 전력계통망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논밭에 설치된 신규 태양광발전소는 지난 2016년 1,418개에서 2020년 6,542개로 5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2016년부터 논밭에 신규 설치된 태양광발전소는 5년 누적 1만 8,716개에 달하며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지난 5년간 무려 2,945㎿가 늘었다. 태양광 설비가 늘어난 만큼 작물 재배 면적이 줄어들어 식량 자급도 하락이 불가피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발전량 부족분을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급증으로 메우려다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탈원전 정책 폐기 등 ‘에너지 믹스’ 정책 전반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태양광 농지 전용면적은 연평균 57.8% 증가하는 등 농가의 태양광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은 2010년 171만 5,000㏊에서 2019년 158만 1,000㏊로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농작물 생산량 또한 1,544만 3,000톤에서 1,526만 2,000톤 줄었다.

이에 따라 2010년 54.1% 수준이던 국내 식량 자급률은 2019년 45.8%까지 하락했으며 이후에도 자급률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속의 한 연구원은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설치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경지면적 감소에 따른 식량 안보 저하가 우려된다”며 “농촌 태양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공익적 가치 및 장기적인 식량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농지 위에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지붕을 설치하고 아래에서는 작물 재배를 가능하도록 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관련 표준 연구 및 법제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기존 논밭을 활용한 태양광발전이 늘어나는 것이 정부가 산림 훼손 우려에 산지 태양광 규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한 일종의 ‘풍선 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실제 신재생 사업자에게 보조금 성격으로 제공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비롯해 수년 동안 지속될 신재생공급의무비율(RPS) 상향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감안하면 논이나 밭의 높은 지대를 감안하더라도 태양광발전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다.



태양광 사업자들의 주 수익원인 REC 시장만 하더라도 사실상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h당 REC 고정 거래 가격을 당시 REC 현물 가격인 3만 3,40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7만 1,947원으로 책정했다. 이달 말 REC 현물 가격 또한 3만 2,825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시장가 대비 2배 이상 높은 고정 거래 가격을 보장해 태양광 사업자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REC 고정 거래 비중을 계속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라 신규 태양광 사업자들 또한 REC 가격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RPS 상한을 기존 10% 이내에서 25%로 상향해 REC 가격 추가 상승까지 노리고 있다. 발전 사업자들은 태양광 등 신재생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RPS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RPS 상향은 REC 구매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 같은 ‘묻지마 지원책’ 덕분에 태양광 보급 실적은 정부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태양광 보급 전망치를 1,423㎿로 제시했지만 실제 보급량은 2,367㎿로 166.4%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이 같은 추이가 더 가팔라져 전망치(1,632㎿)의 2배 이상인 3,789㎿의 태양광을 설치해 232.2%의 달성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논밭 등 토지 유형을 가리지 않고 급속히 늘어난 태양광발전이 ‘에너지원’이라는 제 몫을 못한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기후나 날씨 등에 발전량이 크게 좌우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 여타 발전원이 상시 대기, 특정 시간대에 이들의 발전량 감소분을 메워줘야 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전력 수요가 많은 대도시와 떨어져 있다 보니 이들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이 비용 문제 등으로 전력계통망에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 올 4월 기준 전국의 태양광발전 접속 대기 건수는 전력 수요가 적은 전남 지역이 1만 5,560건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이어 전북(1만 3,350건), 경북(4,065건) 순이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적절한 수준의 농지를 활용해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힘들지만 지금 태양광 보급 정책은 너무 빠르다”며 “태양광은 하루 몇 시간만 발전할 수 있는 발전원이라는 점에서 이를 기반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만들 수 없으며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믹스 정책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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