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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집갈 수 있을까" 논란의 전효성 말…여자들은 왜?

가수 전효성이 출연한 여성가족부의 캠페인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캡처




"어두워지면 '내가 오늘도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가수 전효성이 여성가족부의 캠페인 영상에 출연해 한 말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국의 치안 수준을 고려했을 때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과, 여자라면 공감할 만한 발언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터져나오면서다. 전문가들은 범죄 두려움이 주관적인 감정인데다 지난 10년간 성폭력 범죄가 늘어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 범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범죄 피해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커지면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인 만큼, 이번 논란을 계기로 범죄 두려움을 경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가 진행하고 있는 희망그림 캠페인 여상 목록 중 일부. /유튜브 캡처


◆전효성 말에…"여기가 아프가니스탄이냐" vs "안 겪어봤다고 없는 일 취급"

7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달부터 각종 유명인사가 출연해 젠더폭력 근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는 '희망그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가수 홍경민, 방송인 안현모, 사진작가 김명중, 전 펜싱선수 남현희 등 13명의 인사가 출연했다. 전효성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8번째 캠페인 영상에 등장해 데이트 폭력을 다뤘다.

이 영상에서 전효성은 '본인이 꿈꾸는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질문에 대해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오늘도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다니고 싶을 때 다닐 수 있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질 수 있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전효성의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즉각 논란이 됐다. 관련 게시물에는 "요즘 세상에 밤길 무서워서 못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어딨냐" "아프가니스탄에 사는거냐" "멕시코로 한 달만 보내보고 싶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반면 "본인이 안 겪어봐서 없는 일 취급한다" "밤길의 두려움에 공감하는 건 여성 뿐이냐" "야자(야간자율학습) 끝나고 집 오는 길에 모르는 남자가 손목을 잡고 끌고 간 이후로 호신용품 쥐고 다닌다"며 공감하는 반응도 상당했다.

흉악 강력범죄의 2010년과 2019년 발생건수. /자료=대검찰청 2020 범죄분석


◆한국 치안 좋은데 왜? "흉악범죄 중 성폭력만 증가…男보다 女 두려움 큰 것 당연"

실제 한국은 국제적으로 치안이 좋은 국가로 손꼽힌다. 하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범죄 피해 두려움'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밤에 혼자 골목길을 걸을 때 두렵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2019년 여성 31.4%, 남성 8.1%로 성별 간 23.3% 포인트 차이가 났다. 2013년(여성 48.6%, 남성 12.1%)에 비해선 줄어든 수치지만 남녀 간 차이가 현격하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나는 실제 범죄 양상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흉악 강력범죄(살인·강도·방화·성폭력) 중 살인은 2019년에 847건 발생해 10년 전인 2010년에 비해 34.6% 감소했다. 강도와 방화도 지난 10년간 각각 81.3%, 30.5% 줄었다. 유일하게 증가한 흉악범죄는 성폭력으로, 10년간 51.6% 늘었다. 이러한 상황 속 2019년 성폭력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87.8%에 달한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한국은 살인 사건 피해자 중 여성 비율(2019년 기준 38.4%)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절대적인 치안은 나쁘지 않지만 여성이 체감하는 범죄 두려움이 남성보다는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투데이


◆소식 자주 접하는 것도 영향…"객관적 위험과 두려움, 반드시 일치하는 것 아냐"

성장 과정에서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많은 성범죄 사례를 접하게 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범죄 두려움이 객관적인 위험 수준과 비례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라며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례들을 많이 접할 때 범죄 두려움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또한 지난해 발간한 논문에서 "사회화 과정에서 여성은 신체적으로 취약한 존재가 되고 특히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을 배운다"며 "성별화된 두려움이 마음 속에 새겨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시민이 지난 2013년 범죄예방디자인(CPTED) 기법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CPTED가 적용된 이후 이 지역 주민이 자신과 가족에 대해 느끼는 범죄 두려움이 각각 9.1%와 1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가로등 증설 등 다양한 방안 강구해 안전하다 느낄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위한 논의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 두려움이 높으면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 낮아진다"며 "경찰이 우범지역을 세밀하게 파악해 순찰이나 CCTV를 늘리거나, 가로등을 추가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민의 두려움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도 "여성들의 범죄 두려움에 '치안이 그렇게 나쁘냐'고 반문할 게 아니라 왜 그런 두려움이 생기는지, 어떻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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