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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매달리느니 수능 집중"...고1 성적 안좋으면 아예 자퇴

[학교에 등 돌린 아이들] <상> 급증하는 '검정고시족'

검정고시 출신 수능 접수율도 쑥

2022학년도 2.8%로 사상 최고

대입 정책·고교과정 수시로 변화

현교육정책 불신이 가장 큰 원인

학교생활 기대 줄어든 것도 한몫

검정고시생들이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용산공업고 강당에서 응시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 서울 서초구 한 고등학교 1학년 김 모 군(17)은 최근 2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자퇴를 고민 중이다. 1학기 내신 4등급에 이어 2학기에는 3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군은 서울 소재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등급이 좋지 않은 내신에 매달리느니 아예 수능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김 군은 “내신 1~2등급이 아니면 입시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며 “재수 학원에서는 1년 동안 수능 시험 사이클을 2~3번 반복할 수 있다는데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서울경제가 입시 전문 기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분석·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수능 접수 인원 중 검정고시 출신은 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접수율은 지난 2017년 1.9%, 2020년 2.3%, 2021년 2.77%로 매년 늘고 있다. 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을 따르는 것보다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자격을 이수한 뒤 재수 학원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것이 입시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정고시는 물론 수능 시험에서 재수 이상 ‘N수생’이 늘어난 것도 이를 방증한다. N수생 접수 비율은 2021학년도 수능에서 27%로 최고를 기록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26.4%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N수생의 수능 접수 비율은 2014년 19.6%, 2017년 22.3%, 2020년 25.9%로 매년 증가세다.



반면 고3 학생의 수능 접수 비율은 2021년 70.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후 2022년 70.8%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75.8%와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지난 5년 사이 고3 학생 신분으로 수능을 보는 학생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수능 응시생들 가운데 검정고시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고3 재학생 비율이 줄어드는 이유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평준화 정책을 중시하는 교육 정책이 시행되고 고교 과정이 입시 현실과 괴리가 커지면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고교생들은 학교 대신 검정고시를 ‘입시 관문’으로 선택하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고등학교 1학년이 중간·기말고사를 보고 내신 3등급을 벗어나면 우수 학생의 경우 검정고시와 학원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잦은 대입 정책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간 대다수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 위주로 학생을 뽑는 수시 모집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고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2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비중을 확대하자 학생들이 학교를 자퇴하고 수능에 ‘올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서울 주요 대학이 수능 위주의 정시, 수시 전형에서 교과 성적 위주로 뽑는 학생부 교과 전형 모집 비중을 늘리자 1학년 내신 성적만 안 좋아도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 시험 준비에 돌입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본부장은 “내신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 가운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수능 준비를 할 수 없다고 보고 고교를 자퇴하는 경우가 있다”며 “학교 교육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입시부터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면 학생들이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듣고 이수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한 입시 전문가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고교 1학년 때 듣는 공통과목 내신에는 상대평가, 2·3학년 때 듣는 선택과목에는 절대평가(성취평가제)가 적용된다”며 “1학년 때 상대평가 내신이 안 좋았던 학생들이 2·3학년 때는 수능 위주 과목을 집중 수강하며 정시 ‘올인’ 전략으로 가거나 아예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친 후 수능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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