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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품질 경영'에 이재용 '전인미답 혁신' 더해…"과감한 도전 시작됐다"

■이재용 '승어부' 3가지 로드맵

이재용 "생존환경 극단적으로 변화"

'시스템반도체 1위' 171조 통큰베팅

전례없는 '초대형 M&A'도 밑그림

'AI·바이오' 뉴삼성 핵심사업 육성

재계 "사면으로 경영족쇄 풀어줘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이 이뤄질 때 저 나름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미래 기술 연구진을 만나 그간 글로벌 삼성의 주축이 된 ‘초격차’를 뛰어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노력을 주문하면서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뉴삼성’의 기치를 내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1~22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세트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이 초격차다. 삼성전자는 2002년 당시 황창규 사장이 반도체 메모리 용량을 1년마다 2배씩 늘린다는 ‘황의 법칙’을 제시한 후 압도적인 미세 공정과 가격경쟁력으로 다른 업체들을 무너뜨리며 지금의 독주 체제를 만들어냈다. 삼성전자가 지난 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0조 원을 웃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들어낸 주역은 이 회장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1993년 이후 삼성전자는 기존 가전 등 제품에서는 한 차원 높은 성장을 이뤄냈고 같은 해 D램 분야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에만 유효한 얘기다. 이 부회장이 연구진에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엄숙한 위기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대외 변수로 요동치고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는 여건에서 삼성의 지위는 만고불변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이 지금까지 닿지 않았던 영역에서 새로운 결실을 만들어낼 때 지속 성장이 가능하고 이 부회장 개인으로서도 자신의 숙명인 ‘승어부’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미답의 길의 구체적인 그림은 이번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에서 엿볼 수 있다. 0순위는 시스템 반도체다. 삼성은 오는 2030년 글로벌 1위의 비전을 내세우고 17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메모리의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비메모리까지 손에 쥔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워싱턴DC에서 백악관과 의회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제2 공장을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미국 서부로 넘어와서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구글이 자체 설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주를 위한 영업에도 나섰다. 동선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테슬라 등 파운드리 고객사와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례 없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또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조 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 파운드리와 융복합이 가능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구글과 만나 시스템 반도체뿐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자율주행·플랫폼 혁명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SW)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잇따라 방문해 AI·클라우드컴퓨팅·모바일 혁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된 전략을 공유했는데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명명한 바이오 역시 뉴삼성의 핵심 열쇳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주포로 삼아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 2023년 세계 1위 달성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이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난 대목은 장차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 삼성이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창업의 각오로 뉴삼성을 향한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진 것 같다”며 “총수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사면을 통해 남은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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