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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리스트' 작성…'첫 타깃 누구' 재계 긴장

■'오스템 사태' 속 소송전 만반의 준비

"기금운용위 각계 대표로 구성, 소송 판단하기엔 부적절"

수탁자위로 권한 위임…태광·CJ·한진 등 대상기업 거론

공단측 실제 배상여부·승소 가능성 따져 신중 접근할 듯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지난 2020년 1월 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시민 단체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국민연금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할 기업들의 리스트 작성에 나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최근 주주 대표소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가 갖고 있던 권한을 하위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발생했던 횡령·배임·담합 등의 사건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나섰다. 최근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소액 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 국민연금이 올해 사상 처음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할지에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918조 원(2021년 10월 말 기준)의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위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주주 대표소송 발의 여부를 결정할 주체를 기금운용위에서 수탁자책임위로 넘기는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가 길어지며 의결은 2월 기금운용위로 넘겼지만, 사실상 결론을 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에서 기업가치를 훼손한 경우 이를 야기한 대주주나 경영진 등에게 주주로서 소송을 걸거나 다른 주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간 소송 실행 여부는 기금운용위 의결 사항이었다.

그러나 기금운용위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와 사용자·근로자·자영업자·농어민·소비자 등 각계 대표 20명이 망라된 총괄 기구여서 주주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관계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하위 기구인 수탁자책임위가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국민연금 측은 기금운용위가 특정 투자 기업에 대한 소송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부적절한 측면이 있고 의견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 2019년 7월 주주 대표소송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지금까지 소송은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소송 제기 후 실제 진행은 국민연금공단 법무팀이 맡게 되고 실질적 책임 또한 공단 측이 지게 된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 주주 대표소송은 일반 손해배상 소송과 달리 경영진이 기업에 끼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 승소하더라도 그 배상금은 국민연금이 아닌 기업에 돌아간다. 반면 패소 시 소송 비용과 그에 따른 후폭풍은 국민연금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이에 따라 주주 대표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대상 기업들에 대한 법 위반 사실 및 행위들을 확인하는 한편 손해액 등을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주주 대표소송을 실행할지는 오는 2월 이후 회의에서 추가 논의될 것”이라며 “소송 대상 기업들에 대한 검토나 논의도 2월과 3월 회의에서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은 최근 10여 곳의 기업을 상대로 그동안 불거진 각종 기업가치 훼손 사건에 대해 사실 여부 및 손해액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라 국민연금은 3년에서 10년 전 사건까지도 기업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국민연금 측은 주주 대표소송 대상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적발 후 과징금 부과가 완료된 사안들을 주로 검토 중이다. 시민사회 단체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횡령 및 조세 포탈 △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한국철강·대한제강 등에 3,000억 원의 담합 과징금 부과 △CJ대한통운(000120)·한진(002320) 등에 460억 원의 담합 과징금 부과 △두산건설·성신양회·한일홀딩스 등에 198억 원의 담합 과징금 부과 △은행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은행·증권사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해 주주 대표소송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배상 여부와 손해액 확인 가능성, 승소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주주 대표소송 기업을 정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발생한 펀드 사기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손해액을 확정하기 어렵고 너무 오래된 사건은 경영진 대부분이 퇴직해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해 일단 배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단 법무팀 이외에 외부 로펌 등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는데 소송 제기에 필요한 인지세 등 예산은 크게 부족해 적극적인 소송 제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또 소송을 제기하면 해당 투자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데 패소 시 여론의 비판 등 공단 측이 받을 타격도 만만치 않아 신중하게 주주 대표소송에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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