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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 박지후, 될성부른 떡잎의 올바른 성장史

'지금 우리 학교는' 박지후 / 사진=넷플릭스 제공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배우 박지후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이미 만 16세의 나이에 독립 영화 ‘벌새’로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은 물론 여우주연상까지 꿰찼다. 화려함을 좇기보다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얼굴을 스크린에 담아내며 차근차근 성장했고, 스무살이 된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또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등장한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감독 이재규/이하 ‘지우학’)은 공개 다음 날부터 열흘 이상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9일 기준) 여기에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역대 시청 시간 5위에도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전 세계 인기를 얻고 있다.

웹툰 원작인 ‘지우학’은 갑자기 퍼진 좀비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에 고립된 고등학생들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각종 좀비물이 각광받고 있지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작품은 흔치 않기에 더 특별하다. 이 가운데 박지후는 여느 10대들처럼 친구가 제일 소중하고, 누군가를 짝사랑하기도 하고, 쉽게 감정이 요동치는 평범한 고등학생 온조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학생들이 주연인 작품은 별로 없잖아요. 제 지인들은 학생들이 생활 무기들로 싸우는 모습들, 좀비물이지만 친구들끼리 러브라인이 있는 점 등이 설레고 재밌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신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성적을 받은 작품에 제가 출연했다는 게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나요. 기사나 SNS를 보면 ‘지우학' 이야기뿐이라 감사한 마음이 커요. 믿기 힘든 하루들을 보내고 있죠. 배우들끼리 단체 메시지방이 있는데 매일매일 시끄러워요. 유튜브에서 재밌게 편집한 영상이 있으면 공유하기도 하고, ‘기쁘다’는 얘기를 많이 나눠요.”(웃음)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 사진=넷플릭스 제공


‘벌새’, ‘나만 없는 집’ 등 예술 영화로 박지후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의 차기작이 좀비물이라는 것에 놀라곤 한다. ‘선택’이 아닌 ‘기회’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는 그는 평소에도 좀비물을 좋아해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처음부터 그에게 온조 역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온조와 나연 역의 대본 리딩을 했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셔서 망설임 없이 ‘온조’라고 했어요. 제가 아직 나연 역을 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제 안에서 그런 면을 찾지 못해 용기가 없었거든요. 실제 제 모습에서 좋은 면을 보셔서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좀비물이라는 자체도 좋았고 넷플릭스 시리즈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2020년 촬영 당시 18세였던 박지후는 자신과 같은 나이의 온조에게 감정이입하며 연기하려 했다. 매 회마다 가족과 친구를 잃고, 그런 와중에도 좀비를 피하기 위해 도망쳐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온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매 순간 “나라면 이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온조에게 공감했다.

“친구들이나 가족을 떠나보낼 때의 마음, 청산(윤찬영)과 소꿉친구 바이브였다가 고백을 듣고 나서 생긴 묘한 감정들, 남라(조이현)와 초반에는 대립 상태였다가 애증 관계가 되고, 마지막에는 누구보다 아끼는 관계가 된 것 등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었죠.”

온 학교가 좀비 바이러스로 혼비백산이 되고 찰나로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지우학’에는 러브라인도 존재했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감정이 중요한 10대 학생들이기에 가능한 부분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온조가 짝사랑을 고백했던 수혁(로몬)이 남라와 연결이 되고, 온조에게 고백했던 청산이 희생을 선택하면서 온조의 러브라인이 이어지지 않는 스토리에도 집중됐다.



“러브라인이 아예 이어지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청산이는 비록 온조의 마음을 듣지 못하고 갔지만, 온조도 청산과 12년 동안 소꿉친구로 지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거든요. 그래서 애틋한 마음이 생긴 거였고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전 실제로도 저만 바라보는 순정남 스타일의 청산이를 선택할 것 같아요.”(웃음)



좀비를 피해 달아나거나 직접 맞서 싸우는 장면이 주를 이루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많았다. 실제로는 체육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체육 시간에도 앉아서 수다 떠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스쿨 다녔다. 뛰고 뒹굴고 떨어지면서 낙법을 배웠고, 그 덕분에 와이어를 타고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전 촬영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게 힘들다’ 이런 생각이 들만한 게 없었어요. 오히려 정말 재밌고 촬영하면서 ‘이렇게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구나’라는 감사한 마음이었죠. 저희끼리는 살수차나 강풍기로 맞아 힘들다든지 추운 것보다는 서로의 얼굴이 웃긴 게 먼저였어요. 그럴수록 더 즐거워하면서 찍었고요. 살수차 맞고 컷 하면 쪼르르 모여서 체온을 나누면서 몸을 녹였던 게 참 따뜻하고 ‘다시는 이런 동료 배우들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행복했던 촬영 현장이었어요.”(웃음)

소방대원인 아버지를 둔 온조는 그 영향을 받아 위급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친구들과 함께 지혜롭게 위기를 헤쳐나간다. 그럼에도 원작 속 온조보다는 수동적인 면이 많아 매력적인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이 있었다. 아울러 친구 이삭(김주아)이 좀비가 됐을 때나, 남라가 목을 물려고 하는 장면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모습에 답답하다는 의미로 ‘고구마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반응은 나뉘는 거니까요. 촬영하면서 그렇게까지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나온 장면들을 보니까 어떤 분들은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온조는 10대였고 감정적이고, 실제로 친구를 잃으면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수동적이기보다 맞서 싸울 용기가 아직 없어서 친구들을 챙기면서 도망치는 행동 위주로 한 게 아닐까 싶어요.”



고등학생 때 촬영한 작품은 어느덧 박지후가 스무살이 되는 해에 공개됐고, 시청자들은 그 사이 성숙해진 그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촬영한 지 2년이 지난 작품을 보면서 박지후 스스로도 내적이나 외적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내가 저때 왜 저렇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그런 부족한 모습들을 보완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까지 스무살이고 교복을 입고 연기할 수 있을 때까지 학생 연기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그때그때 맞는 캐릭터를 보여주면 되니까 (성인 연기로 넘어가야 한다는)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크게 없어요. 앞으로 스무살 새내기니까 풋풋한 로맨스도 좋고, 온조같이 생활 액션보다 더 화려한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7년째 연기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찬 그에게 연기는 삶의 원동력이다. 연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게 즐겁고 행복하고, 시청자들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남겨주는 것에 힘을 얻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믿고 보는 배우로 남고 싶다. 아직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차근차근 연습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다. 나아가 ‘건강한 마인드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다.

“한지민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연기도 물론 잘하고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 내시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분이잖아요. 그런 면들을 꼭 본받고 싶어요. 배우이기 전에 그런 사람이고 싶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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