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무더위와 지루한 장마로 연일 꿉꿉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할 때는 에어컨만 한 아이템이 없다. 잠시라도 외출했다 돌아오면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면 냉방병이나 여름감기에 걸려 고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옛말이 있지만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특히 최근에는 리노바이러스, 파라바이러스 등 각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영·유아를 중심으로 감기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름철 단골손님인 냉방병도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비슷하다.
서민석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은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여름철 질병이지만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의 도움말로 냉방병의 특성과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비법을 알아보자.
◇ 감기와 증상 비슷한 냉방병…심하면 ‘레지오넬라증’ 의심해야
냉방병은 과도한 냉방으로 커진 실내외 온도 차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여름감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냉방병에 걸리면 업무 능률이 저하되고 두통,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또한 코와 목이 마르고 감기에 걸린 것처럼 추위를 타게 된다. 어지럼증이나 졸린 증상이 나타나고 소화불량, 변비, 설사, 복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콧물, 코 막힘, 목 아픔, 눈 충혈 등 알레르기 비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말초혈관이 수축하며 얼굴, 손, 발 등이 붓기도 한다.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실내 습도가 낮아지면서 호흡기가 건조해지고 기관지가 예민해져 인후통, 기침, 콧물 등을 유발한다.
에어컨으로 인해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레지오넬라증’이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요즘처럼 습하고 온도가 높을 때 에어컨 냉각수에서 잘 번식한다.
서민석 교수는 “레지오넬라균이 냉각기를 타고 에어컨의 찬 공기를 통해 실내에 퍼지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독감이나 폐렴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냉방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의 정도가 심하거나 오래 낫지 않는다면 레지오넬라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에어컨 사용 줄이면 증상 호전… 꾸준한 건강관리 중요
냉방병은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냉방기기 사용을 중단하면 며칠 내로 증상이 호전된다. 따라서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냉방기기를 끄고 충분히 환기한 다음 휴식을 취해야 한다. 에어컨은 오랜 시간 사용하지 말고, 가동할 때는 실내외 온도 차가 5~6℃를 넘지 않도록 주의하자.
실내 온도를 22~26℃로 유지하고 에어컨의 차가운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2~4시간 간격으로 실내를 환기해 차가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게 하고 습도는 50~6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어컨 필터는 자주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서민석 교수는 “여름철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선에서 산책을 하거나 맨손 체조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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