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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투자자 '미투'기술엔 고개 돌려"

권오경 전 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좌교수) 인터뷰

벤처·스타트업 세계진출 자문 나서

독창적 기술 상품화해야 투자 유치

국제 R&D, 글로벌 사업화 필수

정부도 공동연구 IP 문제 풀어야

권오경 전 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공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이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벤처·스타트업의 세계화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학한림원




“정부가 산학연의 국제 연구개발(R&D)을 독려하고 있는데 외국 파트너들과 상생 방안을 찾아 글로벌 사업화를 꾀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벤처·스타트업 지원이 올해 감소한 데다 대기업에도 치이는 경향이 있어 미국 등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게 효과적이죠.”

벤처·스타트업의 국제화 자문에 나선 권오경(68·사진)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좌교수)은 21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원을 비롯해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이 세계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확산하는 성공 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학과 출연연은 사업화 지원팀을 대폭 강화하고 정부는 R&D 자금을 지원할 때 서류 작업을 줄이고, 공동 R&D 결과물로 창출된 지식재산(IP)의 소유권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6년간 산학연 리더급 1200여 명으로 구성된 공학한림원 회장으로서 산업구조 전환과 신산업 육성에 애썼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1990년 전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반도체 제조 공정과 칩 설계를 하면서 연 4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았으나 이를 포기하고 귀국했다. 한양대 공대 학장, 교학부총장을 지냈으며 2021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을 오가며 혁신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대학과 연구소의 국제 R&D도 중개하고 있다. 그는 “자문하는 한 벤처는 환자에게 초음파 프로브 패치를 붙여 항상 초음파 영상을 살펴볼 수 있는 초음파 기기를 개발했다. 다른 한 곳은 수술실에서 C-Arm으로 찍은 몇장의 2차원 엑스레이 영상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3차원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한·미 벤처·스타트업 중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실제 초음파 프로브 패치를 몸에 붙이면 항상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시술할 때도 마취제를 정량만 정확한 위치에 투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수술실에서 3차원 영상을 보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가 필요한데 AI를 활용하면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 전 회장은 “과거 초음파 프로브해드 연구를 했던 노하우라든지 다방면의 경험을 살려 벤처·스타트업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현장 맞춤형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자문을 하고 있다”며 “우리 벤처·스타트업이 해외에서도 사업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처·스타트업에 남의 것을 일정 부분 베껴 따라 하는 ‘미투(Me Too)’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이 갖지 못한 독특한 기술을 연구하고 상품화할 때 비용 추계와 시장 맞춤형 연구·마케팅 계획을 잘 짜야 투자사로부터 투자 유치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투자사인 코슬라벤처스의 경우 ‘미투’ 기술은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권 전 회장은 “코슬라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투자자들과 자주 소통하는데 이들은 ‘미투’ 기술은 배제하고 독창적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마케팅, 회계·투자 등 ‘뭘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며 “퍼스트무버(선도자)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라면 과감히 글로벌 투자사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들 투자사는 독창적인 기술이라도 성공 요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량으로 보고 나머지 70% 요인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벤처·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될 만한 기술에는 주저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우리와 차이점이죠. 아이디어가 좋다면 글로벌 무대로 나가기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권 전 회장은 “정부에서 국제 R&D 예산을 크게 늘리는 것은 좋지만 목표와 전략, 추진 방안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며 “국내 대학과 출연연처럼 미국도 연구자가 속한 기관에서 특허 등 IP를 갖게 되는데 국제 공동 연구에서 IP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관건 중 하나”라고 했다. AI, 빅데이터, 첨단 바이오, 전기차, 우주항공, 양자기술 등 신산업에서 중국이 우리를 꽤 앞서는 상황에 R&D 자금 기획·집행·평가 과정에서 성과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혁신 창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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