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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시공간 20년간 제자리…도시 경쟁력 갉아먹어”

◆이동기 코엑스 사장

서울 3곳 면적, 상하이 10%안 돼

2030년대 잠실 재개발 완료까지

전시장 임대 '하늘 별 따기' 지속

전시·컨벤션 자체로는 수지 안 맞아

관광·유통 등 시너지효과 없으면

황금알 아닌 돈 먹는 하마 우려

이동기 코엑스 사장이 “전시장 수요에 비해 공간이 작아 신산업 분야 할애와 기존 전시회 확장을 제때 해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코엑스가 인심 잃기 딱 좋은 직장입니다. 제가 우리 산업계로부터 가장 욕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전시 공간을 내주지 못한다는 말에 고함을 치고 테이블을 엎고 나간 협회장도 있었죠.”

국내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선두 주자인 코엑스(COEX)를 이끄는 이동기 사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전시 공간 만성 부족 문제부터 말을 꺼냈다. “20년 넘도록 전시 공간이 확충되지 않았어요. 양재동 aT센터 내 전시장이 설립된 2002년을 끝으로 시간이 멈췄습니다. 앞서 만든 서울무역전시장(SETEC·1999년)도 있지만 이들 두 개 전시장 면적이 1만 ㎡ 이하 소규모여서 코엑스로서는 넘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죠.”

한국무역협회 출신의 이 사장은 “잠실 일대의 재개발(잠실 스포츠·마이스 단지)이 완료되는 2030년대까지는 지금과 같은 전시장 절대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도시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엑스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지는 오래됐다. 코엑스 4개 전시홀에서는 지난해 171개 전시회가 열렸는데 이중 신규 진입한 전시회 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 잘 해오던 전시회를 배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신규 티오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AI) 같은 신산업 분야의 진입이나 기존 전시회의 확장이 모두 어려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코엑스는 10월쯤 2026년도 전시장 배정을 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경제력과 인구 측면에서 서울만한 도시에 이렇게 전시장 면적이 적은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면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은 2010년대 상하이와 선전에 각각 전시 면적 40만 ㎡, 50만 ㎡ 규모의 초대형 전시장이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18개 전시장의 총면적이 35만여 ㎡인 것을 감안하면 상하이와 선전 전시장의 규모를 실감하게 한다. 서울 3개 전시장 면적을 다 합쳐도 상하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는 “서울 마곡지구에 전시컨벤션센터(르웨스트)가 11월 개관하지만 소규모 전시장이고 코엑스도 최근 2층 일부를 리모델링해 4500㎡의 공간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코엑스는 한국종합전시장(KOEX)이 모태인데 지금의 무역센터(1988년 개관)보다 9년 앞서 만들었습니다. 40년 전에 만든 전시장이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으니 당시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굳이 대규모 전시 공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 사장은 “직접 본 것과 간접 경험의 차이는 크다”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산업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는 직접 눈으로 봐야 판단의 잣대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콘텐츠는 책을 보고 연구하는 것만으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초연결과 초융합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른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알아야 합니다. 마이스 산업은 이런 연결과 융합을 도모하는 일종의 지식 인프라입니다. 그래서 산업 박람회는 개최 기간 중 ‘한시적 산업 클러스터’ 역할을 합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서울경제DB


그는 “전시 컨벤션 시설은 국가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국내에도 4~5개 지자체가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이지만 철저한 타당성 분석은 물론이고 후방 연관 효과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스 산업을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표현하지만 관광과 호텔, 유통 등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없으면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습니다. 전시·컨벤션센터는 그 자체로는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먹고 자고 돈 쓸 시설이 뒷받침돼야 하고 서로 유기적인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코엑스가 개관한 뒤에 호텔과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외국인 카지노가 들어선 연유입니다.”

그는 “지방의 한 전시장을 가봤는데 시설은 훌륭하지만 너무 외진 데 있어 이런 곳에 사람이 몰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서울에 비해 연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은 충주시의 유튜브 ‘충TV’ 같은 창의력과 현지 맞춤형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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