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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후하는 취객서 영감…성룡 지금도 고마워해”

■영화 ‘취권’ 창시자 황정리 세계무술총연합회 총재

“술 취해 하는 권법 영화 만들자”

우쓰위안 감독에 제안해 채택

주연에 신인이었던 성룡 추천

자신은 악당역 맡아 호흡 맞춰

최근 ‘나의 인생 나의 무술’ 출간





1979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를 강타한 홍콩 영화 ‘취권’.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사람이 월드스타 청룽(성룡)이다. ‘취권’ 이후 청룽은 여러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승승장구했고 미국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이런 청룽이 은인처럼 생각하는 한국인이 있는데 바로 황정리(사진) 세계무술총연합회 총재다.

무도인·액션배우의 삶을 살아온 황 총재는 최근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은 책 ‘나의 인생, 나의 무술’을 출간하면서 무술 영화의 붐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29일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 총재는 고령(1944년생)임에도 운동으로 단련된 다부진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황 총재는 “아직도 영화 ‘취권’을 기억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기쁘다”면서 무도인·영화배우의 삶, 그리고 청룽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황 총재는 ‘취권’에서 청룽과 혈투를 벌였던 악당 염철심 역을 맡았다. 그는 “한국에서 ‘취권’ 팬들이 나를 홍콩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악당 역을 맡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총재는 영화인에 앞서 무도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는 어린 시절 전북 남원에서 잠시 살았는데 용성초등학교 인근에 있던 당수도 도장에서 관원들의 훈련 모습을 창문 너머로 본 뒤 무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종합무술 10단, 태권도 9단인 황 총재는 “15세부터 본격적으로 무술을 시작했고 당수도를 비롯해 태권도 등 여러 가지를 배웠다”며 “무도인으로 생활하던 중 한국으로 영화 촬영을 왔던 우쓰위안 감독의 눈에 띄어 1976년에 홍콩 영화계로 진출했다”고 전했다. 주로 무협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취권’이 나올 무렵에는 홍콩에서 인기스타였다. 이에 요즘에는 황 총재를 ‘원조 한류스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화 ‘취권’은 우연한 계기로 탄생했다. 그는 “홍콩에서 어느 날 밤 집에 가는데 취객이 길거리에서 흐느적거리며 쿵후 흉내를 내고 있었다”며 “그런데 유심히 보니 동작이 부드럽고 마치 무술을 하는 것처럼 보여 이를 권법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 감독에게 술에 취해 구사하는 권법을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한참을 고민하던 우 감독이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영화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황 총재에 따르면 중국 무술에 취권이라는 권법은 없고 영화를 통해 생겨났다.



영화를 기획할 당시 악당 주인공인 염철심 역은 황 총재로 정해졌지만 이에 대항하는 또 다른 주인공인 황비홍 역할을 할 배우가 마땅히 없었다. 황 총재는 “‘취권’에서 어리숙하고 우스꽝스러운 황비홍 역을 할 배우를 못 찾아 고민이 컸다”며 “그런 와중에 홍콩 영화에 단역으로 주로 출연하던 신인 배우 청룽이 떠올라 우 감독에게 추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황 총재는 “취권의 세세한 동작은 청룽과 같이 만들었지만 술 취한 무술이라는 아이디어가 내게 나와서 그런지 무협 영화 팬들은 나를 ‘취권 창시자’라고 부른다”며 “청룽은 지금도 나를 고마워하면서 가끔 연락을 하는데 바쁜 월드스타임에도 나를 잊지 않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자신이 추천한 청룽만 ‘취권’에서 주목을 받은 게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총재는 “청룽의 성공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그가 ‘취권’에서만 반짝 뜨고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면 나도 아쉬웠을 것”이라면서 “청룽은 배우로서의 자질이 풍부했고, 영화계에서 그 재능을 잘 보여주고 또 많은 노력을 해 월드스타가 된 것”이라고 각별함을 드러냈다.

그는 ‘황정리의 취권’이라는 영화를 제작할 예정인데 여기에 출연할 액션배우도 모집 중이다. ‘황정리의 취권’ 제작은 황 총재가 이끄는 세계무술총연합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관이 있는 세계무술총연합회는 무술의 대중화를 위해 황 총재로부터 무술을 배운 제자들이 중심이 돼 20년 전에 만든 협회다.

황 총재는 “무술이라고 하면 싸움을 잘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무술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인내력을 배우는 것”이라며 “태권도를 비롯한 모든 무술은 심신단련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일반인들도 무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한동안 침체된 무술 영화가 다시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무술인·영화인들과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어 “홍콩에서는 아직도 무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한국에서 태권도 영화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세계적 무술인 태권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다면 분명 영화 시장에서 통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황정리 세계무술총연합회 총재가 최근 출간한 책 ‘나의인생, 나의 무술’ 표지. 사진 제공=스마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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