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위험 큰데 '월배당' 앞세워 투자 유도…"은행 판매 막아야" 지적도

■‘제2의 ELS 우려’ 커버드콜ETF 전수조

콜옵션 복잡…불완전판매 우려

투자자에 설명 적절했는지 살펴

비트코인ETF도 은행 취급 가능

"단기성과 인센티브 급급" 꼬집어

작년 ELS 등 파생증권 4.7조 증가

금감원 "녹인 등 손실 발생할수도"





감독 당국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복잡한 구조인데도 은행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은행이 ELS 판매를 중단하면서 커버드콜 ETF가 그 공백을 메우는 대체제가 되고 있다고 당국은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버드콜 ETF는 투자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배당 자금을 마련한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을 1주당 8만 원에 매수하면서 한 달 후 삼성전자 1주를 8만 30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콜 옵션)를 500원에 판다. 이때 발생한 옵션 프리미엄 500원으로 배당 재원을 마련한다. 대신 주가가 8만 3000원 이상 오를 때 누릴 수 있는 차익은 포기해야 한다.

콜옵션을 매도하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올랐을 때 상방 이익이 제한되지만 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옵션 프리미엄 이상으로 하락 폭이 커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횡보장에서는 꾸준하게 배당을 받는 커버드콜 전략이 유효할 수 있으나 주가 변동성이 클 때는 적합하지 않다.

문제는 커버드콜 ETF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2022년 말 기준 1222억 원에서 지난해 말 7748억 원으로 늘더니 17일 기준으로는 2조 원을 돌파했다. 상품 수도 2022년 6개에서 올해 15개로 증가한 가운데 일부 운용사의 신규 상품이 나오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커버드콜의 상품 구조상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높은 배당과 낮은 변동성을 적극 홍보하면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지점은 자산 가격이 옵션 행사 가격보다 낮아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렸느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운용사가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원금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알기 쉽게 위험도를 기재했는지 등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은행 등이 판매하는 단계에서도 충실하게 설명을 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라고 했다.

특히 당국은 은행 신탁을 통한 금융투자 상품 판매 확대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대로면 비트코인 현물 ETF도 은행 창구에서 신탁으로 판매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손실 가능성 20%가 넘는 상품은 은행에서 원천적으로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판매사들은 투자 철학도 없이 판매 역량이 부족한데 단기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로 위험한 금투 상품을 계속 취급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수익률 욕심 때문에 이를 매수하는 상황”이라며 “후진적인 금융투자 상품 판매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손실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중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녹인 구간(knock-in·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에 진입한 파생결합증권은 6조 6000억 원으로 전체 잔액의 6.5% 수준으로 집계됐다.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에서 발생한 녹인(6조 1000억 원)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99.6%는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주가연계(ELS·ELB) 및 기타연계(DLS·DLB) 등 파생결합증권·사채 발행액은 78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상환액은 31조 9000억 원 늘어난 83조 9000억 원으로 발행액 수준을 넘었다. H지수 ELS 손실 등에도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이를 재투자하면서 발행과 상환이 모두 늘어난 것이다. 금감원은 주요 해외 증시 상승세로 주요 지수를 기초로 한 ELS 등 투자가 늘고 있으나 기초자산이 하락해 변동성이 커질 경우 조기 상환 지연, 녹인 발생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요국 증시가 단기간 내 급상승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으나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거시적인 불안 요소로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ELS 상품 구조와 손익 발생 조건 등 투자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