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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으로 602개 계좌 개설…업무방해죄 성립 안 된 이유는

은행 업무담당자가 허위 신청서를 가볍게 수용했다면

불충분한 심사도 원인…업무방해 위험 발생하지 않아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유령 법인 명의로 602개에 달하는 계좌를 개설하더라도 업무방해죄가 단순히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은행 업무담당자들이 자격요건과 사실 확인을 충분히 심사했음에도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피고인 배 씨의 업무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에 관한 혐의 가운데 업무 방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피해 금융기관들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 등에게 금융거래 목적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심사절차를 진행하였음에도 피고인 등이 그에 관하여 허위 서류를 작성하거나 문서를 위조하여 제출함으로써 업무담당자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하였어야 한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배 씨는 공모자들과 주식회사 모던패션의 대표이사로 명의대여자를 선임하는 법인 변경 등기를 마친 후, KB국민은행의 한 지점에서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35개의 유령 법인 명의를 사용해 금융기관들로부터 602개의 계좌를 개설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 모두 배 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한 점, 피고인들이 각 누범기간 중에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중 배 씨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 신청사유나 소명자료를 그대로 믿고 수용한 경우라면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원심이 채택한 증거만으로는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거래신청서 등에 어떠한 내용의 기재를 하였는지, 피해 금융기관들의 업무담당자가 피고인 등에게 금융거래 목적 등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였거나 이를 확인하였는지 여부 등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한편 원심이 배 씨의 업무방해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하나의 형으로 정하면서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관한 유죄 판결도 파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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