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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살해한 원수와도 화해…용서로 꽃피운 호남 기독교

한교총과 기독교 근대유산 답사

이념으로 굴곡진 현대사 아픔 속

순교자들 덕에 기독교 뿌리내려

24일 전남 여수 율촌면 애양원 교회 옆에 자리한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 광장 정중앙에 위치한 손양원 목사상에 ‘감사의 기도’가 적혀 있다. /여수=정혜진기자




전남 여수 율촌면 애양원 교회 옆에 자리한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 /여수=정혜진기자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5장 44절)

해방 이후 지역, 이념, 종교 갈등으로 굴곡진 역사를 견뎌내고 호남 지역에서 기독교가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과 이를 실천한 순교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24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와 ‘기독교 근대 문화유산 답사’로 찾은 전남 여수 율촌면 애양원 교회 옆에 자리한 손양원목사 순교기념관. 기념관 앞 광장 중앙에 위치한 손양원목사상에는 ‘감사의 기도’가 적혀 있었다. “미국 가려고 준비하던 아들이 미국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갔으니 제 마음이 안심돼 감사합니다. 내 아들을 죽인 원수를 회개시켜 아들을 삼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1949년 10월 여순 사건 당시 두 아들 손동인, 동신군이 좌익 학생들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뒤 손 목사가 남긴 기도다. 순천사범학교에서 기독교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아들 동신군이 좌익 학생들에게 친미 세력으로 몰리자 형을 구하려던 동생까지 모두 죽임을 당한 것.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손 목사는 다른 선택을 했다. 두 아들을 죽여 사형 위기에 처한 가해자 안재선을 선처해달라고 청원해 그를 양아들로 삼았다. 이후 손 목사는 6.25 전쟁 중 북한군이 여수 지역을 점령해 공산주의 교육에 앞장설 것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해 1950년 9월 28일 총살당했다.



/신안=정혜진기자


/신안=정혜진기자


/영광=정혜진기자


국군의 9·28 서울 수복 이후에도 호남 지역 등에 남아 있던 북한군의 만행은 더욱 격화됐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이 퇴각하는 과정에서 학살한 기독교인만 1157명에 달한다. 1950년 10월 4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임자진리교회에 들이닥친 북한군은 기독교인 48명을 죽였다. 이후 임자도에 들어온 국군은 이인재 목사에게 공산당원 처결권을 줬다. 아버지 이판일 장로를 비롯해 일가친척 13명을 인민군 손에 잃은 이 목사에게는 처결의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원수를 사랑으로 갚으라’고 늘 강조했던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모두를 용서했다. 77명의 교인이 희생된 전남 영광 염산교회에서도 희생된 김방호 목사의 아들 김익 전도사는 원수를 갚는 일이 곧 복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2일 전남 영광 염산교회에서 이철(왼쪽)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이 염산교회의 희생당한 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영광=정혜진기자


지역, 이념 간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근대 역사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독교 정신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교계의 입장이다. 이철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은 “종교인은 큰 잘못이라고 해도 이를 단죄하기 보다는 궁극적으로는 껴안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며 “순교 너머의 화해와 용서의 정신을 지금 이 시대에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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