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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대 사이즈’ 트로피의 탄생[골프 트리비아]

PGA 챔피언십 워너메이커 트로피 이야기

4대 메이저 우승트로피 중 가장 크고 육중

프로골퍼의 위상 재정립 위한 상징적 의미

1920년대 분실됐다 되찾는 굴곡 겪기도

PGA 챔피언십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워너메이커 트로피. 4대 메이저 우승 트로피 중 가장 크고 육중하다. Getty Images




4월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5월 PGA 챔피언십, 6월 US 오픈, 그리고 7월 디 오픈까지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가 매달 하나씩 이어진다. 메이저 대회는 그 전통과 권위만큼 우승 트로피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디 오픈 트로피의 정식 명칭은 ‘골프 챔피언십 트로피’지만 ‘클라레 저그’로 더 자주 불린다. 원래는 우승자에게 챔피언 벨트를 수여했지만 3회 연속(1868~1870) 우승한 영 톰 모리스가 영구 소유하면서 1872년부터 지금의 클라레 저그를 사용하고 있다.

우승자에게 입혀주는 ‘그린재킷’의 명성에 가려있을 뿐 마스터스도 우승 트로피를 수여한다. 마스터스 트로피는 900개의 은 조각을 붙여 오거스타내셔널 클럽하우스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오리지널 트로피는 클럽하우스에 보관돼 있고, 우승자에게는 복제품이 수여된다. US 오픈 트로피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가 맨 위를 장식하고 있다. 1895년 만들어진 오리지널 트로피는 1946년 화재로 사라진 아픔이 있다.

PGA 챔피언십은 크고 육중한 트로피로 유명하다. 이름이 워너메이커 트로피인데 높이가 71cm(28인치)나 된다. 디 오픈(52cm), US 오픈(45cm), 마스터스(16cm) 트로피를 높이에서 압도한다. 무게도 12kg(27파운드)이 넘는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 때 버거워하는 우승자들도 있다.

워너메이커 트로피가 이처럼 ‘특대’ 사이즈로 만들어진 이유는 당시의 사회상과 관련이 있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로 골퍼들의 위상은 지금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골프의 주류는 백인 상류층 아마추어 골퍼들이었다. 영국의 R&A나 미국골프협회(USGA)는 그들이 결성한 단체였다.

프로 골퍼들도 자신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단체가 필요했다. 1916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 골퍼들에게 도움을 준 이가 백인 백만장자였던 로드먼 워너메이커다. 협회를 만든 프로 골퍼들은 US 오픈이나 디 오픈과 달리 자신들만 참가하는 대회를 만들기로 했으니 그게 바로 PGA 챔피언십이다. 다른 메이저 대회와 달리 PGA 챔피언십은 지금도 아마추어 골퍼를 별도로 초청하지 않는다. 프로 골퍼들은 자신들의 위상 재정립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대회 트로피도 웅장하게 제작했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한 양용은. Getty Images


워너메이커 트로피는 한 차례 분실됐다 되찾은 사연이 있다. PGA 챔피언십을 다섯 차례 제패한 월터 헤이건(미국)이 트로피 분실의 주인공이다. 그는 1924년과 1925년 연달아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1926년에는 대회에 앞서 반환해야 할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대회장에 가져오지 않은 게 아닌가. 관계자들이 이유를 묻자 헤이건은 “난 타이틀 방어를 위해 왔고, 트로피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큰소리쳤다. 그해와 이듬해에도 헤이건이 우승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1928년 대회 때 헤이건은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PGA 챔피언십은 당시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헤이건은 그제야 트로피를 분실했다고 실토했다.

트로피의 분실 경위는 정확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1925년 헤이건이 우승 축하 파티를 하러 가다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헤이건이 나이트클럽에 가면서 택시기사에게 5달러를 쥐어주며 트로피를 호텔에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분실 사고가 난 것이다.

결국 주최 측은 복제 트로피를 만들어 시상했다. 잃어버렸던 트로피는 1930년 디트로이트에 있는 한 회사 창고의 박스에서 발견됐다. 이 회사는 ‘LA 영 & 컴퍼니’로 헤이건의 이름을 딴 골프채를 만들던 업체였다. 트로피가 어떻게 해서 그곳에 있었는지는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PGA 오브 아메리카는 되찾은 오리지널 트로피를 박물관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

워너메이커 트로피는 양용은이 2009년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우승하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악동’ 존 댈리(미국)는 1991년 PGA 챔피언십 때 대기 선수였다가 출전 기회를 얻고 우승까지 차지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술꾼이었던 댈리는 당시 트로피에 맥주를 가득 채워 마셨다.

올해 PGA 챔피언십은 5월 16일부터 나흘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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