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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D.P.(디피)'가 12년 전, 내 안의 괴물을 깨웠다
서경스타 영화 2021.08.31 11:40:00돌아보면 내게 군대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아있었다. 강원도 고성의 푸른 바다를 문 하나만 열면 언제든 볼 수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벌인 웃긴 에피소드도 넘쳐났다. 술자리 소재로 무궁무진해 전역 후 10년이 흐른 지금도 아직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홀로 술을 홀짝거릴 때면 그때 그들을 떠올리면서 그리워하곤 한다. 그렇게 해가 바뀔수록 군대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기 -
[리뷰에세이]'인서트 코인'이 필요한 김호창의 분노가 안타깝다
서경스타 문화 2021.08.20 15:18:5620여년간 수십편의 연극, 영화,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형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육회사에서 배달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배를 배웠고, 대리운전도 했다. 통화할 때마다 “지금은 힘들지만 곧 괜찮아질거야”라고 하지만, 그렇게 일년 하고도 절반이 지났다. 세상은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를 우선 언급하지만, 공연으로 먹고사는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지옥에 떨어진 것과 같다. 공연 편수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소수의 -
[리뷰에세이] '인 더 하이츠' 완벽하다 진짜, 두말할 것 없이
서경스타 영화 2021.06.30 11:32:38하필 해가 뜰랑말랑한 시간에 잠에서 깨어 다시 눈감기 애매할 때면 이참에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고는 한다. 앞만 보고 총총걸음으로 출근하는 아주머니,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실은 노인과 그 뒤를 따르는 강아지 한 마리, 다리 아래 성북천엔 운동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어김없이 화단을 손보고 있는 맞은편 건물 아주머니. 그리고 역시나 버스타지 말고 편하게 자차로 출근하라며 배려주차(?)까지 해주신 윗집 아저씨…. 삼선 -
[리뷰에세이]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서경스타 영화 2021.04.09 18:10:00대학생 시절 야학 교사를 하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을 몇 명 가르쳤다. 처음에는 마음을 다잡고 온 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몇 번을 전화해 달래고 화내면 한번씩 찾아오고는 했다. 그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은 쉬웠으나,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자기는 꼭 대학에 가고 싶다며 어떻게든 공부를 해야겠다고 했다. 마침 방학이라 며칠 -
[리뷰에세이] '낙원의 밤' 모든것이 시퍼런 폭풍 앞 바다에서
서경스타 영화 2021.04.06 10:01:35내가 세상에서 튕겨나왔다고 생각하던 어리석은 시간을 제주에서 보냈다. 서울에서 도피하기에 제주만큼 알맞은 곳은 없었다. 폭풍이 예고된 오후에는 한번씩 김녕 해수욕장 옆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낮잠을 잤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바다도 하늘도 바위마저도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있었다. 그게 무슨 색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둠이 내리는 것인지, 동이 트려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찰나의 시간. 오도 가도 못하고 우두커니 -
[리뷰에세이]'자산어보' 당신이 떠올리는 바다는 어떤 색입니까
서경스타 영화 2021.03.30 13:30:14누군가에게 바다는 연인과의 로맨틱한 여행으로 기억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먹고 살아야 하는 전쟁터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켜내야 하는 철책 그 너머의 어둠이다. 강원도 고성에서 일년간 검은 밤바다를 보며 많이 두려웠다. 그럴 일은 없을거라고 부하들과 나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때때로 낯선 자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수년간이나 지속되던 검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은 30대가 넘어 제주에 잠시 머물고 -
[리뷰에세이] '녹두꽃'의 세상이 '조선구마사' 통해 피었네
서경스타 TV·방송 2021.03.26 14:37:20사극을 참 좋아한다. 유명하지만 세세히 알 수 없는 이야기, 혹은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과 그의 이야기, 잊혀진 시간, 소외받은 땅, 조명받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이 섞이고 뒹굴며 만들어낸 한 줄의 역사가 끝내 가슴과 머리를 띵 하게 울릴 때, 그 순간을 참 좋아한다. 사극이 사랑받는 이유는 ‘과거의 결과가 전하는 오늘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SBS ‘녹두꽃’ 방송을 앞두고 신경수 PD의 라운드 인터뷰를 마치고 -
[리뷰에세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내가 끝내기 전에는…
서경스타 영화 2021.02.19 14:24:17직업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던 회사가 3년 만에 사라졌다. 모기업의 계열사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했다. 10명도 넘는 식구들이 방향을 잃고 헤맸다. 회사는 약간의 시간을 줬지만, 부서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없었다. 할 일 없이 도로 경계석에 멍하니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주말도, 명절도 없이 일했다. 덕분에 20대 후반에 대한 기억은 오로지 연극과 뮤지컬, 영화와 드라마로만 가득하다. 공연을 본 뒤 집까지 가는 것이 귀찮아 -
[리뷰에세이] 점백이 아저씨는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네요, 예나 지금이나
서경스타 TV·방송 2021.02.04 14:21:28강원도 고성에서 해안 경계 소초장으로 군 복무하던 2009년 여름, 책임구역 해수욕장에 엄청 큰 텐트가 설치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사전에 통보받은 바 없는 만큼 대대 선배들이 알게 되면 전화로 족히 10분은 온갖 욕을 들어야 할 일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해가 기울고, 병사들을 모두 초소에 투입하고 나서 문제의 텐트를 찾았다. 겉면에 구조대라고 쓰여 있던 텐트는 농사용 비닐하우스처럼 거대해보였다. 이를 백사 -
'날아라 개천용' 정우성은 이무기를 승천시킬 수 있을까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1.01.15 16:14:119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오는 정우성이 과연 ‘날아라 개천용’의 정체된 시청률을 본격적으로 날아오르게 만들 수 있을까.마지막 상대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극본 박상규 / 연출 곽정환)이 배수의 진을 쳤다. 15일 방송되는 17화부터 음주운전 논란으로 하차한 배성우의 역할을 정우성이 이어받는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상당하다.이날 방송을 앞둔 ‘날아라 개천용’의 최대 관전 포 -
자극에 자극을 곱하니 폭주해버린 '펜트하우스'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1.01.05 15:28:05신박하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더더더더 자극적이어야만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이 드라마는 결국 주인공마저 없애버리고 말았다. 아니, 사실은 살아있거나 쌍둥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유령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 작품이 ‘펜트하우스’라면…. 주인공이 칼에 찔려 사망했지만, 진짜 죽었는지 혹은 계략인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소품 실수로 오윤희(유진)의 DNA 검사지에 XY염색체가 보이자 -
[리뷰에세이] 터틀맨을 '다시 한번' 꼭 보고 싶었습니다
서경스타 TV·방송 2020.12.10 10:19:422013년 겨울 뮤지컬 ‘디셈버’의 첫 공연날, 2막이 시작됨과 함께 살아있는 김광석이 무대에 등장했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그가 주인공 김준수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고 노래 부르던 모습은 작품의 내용과 넘버 모두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있다.20대의 초입부터 60대까지 삶의 굵직한 궤적마다 박인 그의 노랫말에 담긴 감정처럼 사랑도 해보고 군대도 다녀왔다. 대학로에 집까지 얻어 극장가를 정신없이 헤 -
[리뷰에세이] '펜트하우스'에서 개콘을 봅니다
서경스타 TV·방송 2020.12.09 11:15:10드라마를 분석하고 리뷰하며 참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막장극이 흥행하는 시기다. 잊을만 하면 돌아오고, 또 잊을만 하면 어김없이 돌아온다.보통 막장극은 초반에 뭐 좀 해보려는 듯 굵직한 사건을 하나 크게 던져놓고, 결말 직전까지 온갖 클리셰(진부한 설정)로 돌려막기하며 시청자를 자극한다. 개연성과 메시지가 사라지고 짜릿한 자극이 더해질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 ‘이게 말이 되냐’는 초반의 비판도 엄청난 시청률 앞 -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 한번 보고 보내긴 너무 아쉬워 [리뷰에세이]
서경스타 TV·방송 2020.11.30 16:57:09돌이켜보면 인생 절반을 부러움에 취해 살았다. 학창시절엔 공부 잘하는 친구가, 군 시절엔 육사 출신 친구가, 직장인이 되어서는 돈 많이 버는 친구와 명예까지 거머쥔 친구가 부러웠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여겼고, 노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믿었다. 내게 라일락의 꽃말 ‘젊은 날의 추억’은 시기와 질투로 가득했다.시기와 질투마저 자신의 모습으로 흡수한 남자가, 아니 아버지가 있다. 89년 가요대상 수 -
[리뷰에세이]'골목식당' 장사와 재미에 가려진 백종원의 진심
서경스타 TV·방송 2020.11.12 16:27:15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반복되는 흐름이 있다. 출연한 사장님들의 표정을 보면 확실하다. 촬영 초반부와 솔루션 이후 손님을 맞는 사장님들의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는 한다.서울 동작구 상도동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 없는 닭떡볶이집, 무표정한 국숫집, 특히 말을 툭툭 던지는 하와이안 주먹밥집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나 같아도 그냥 나오겠다’고 생각했다.장사가 안 된다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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