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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역사를 바꾼 1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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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년 1월16일 파리 콩코르드 광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국민공회에서 반역죄로 유죄를 받은 루이 16세에게 어떤 형이 내려지는가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각 지역 대표들은 처형을 할지 말지를 놓고 연설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찬반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온건파인 지롱드파는 처형을 반대했지만 급진적인 몽테뉴파는 즉각적인 처형을 주장했다. 오후8시에 시작한 투표는 자정이 넘어서도 계속됐다. 마침내 나온 결론은 361대360. 즉각 처형이었다. 200년간 프랑스를 지배해온 부르봉 왕가를 무너뜨리고 유럽에 혁명 시대의 도래를 알린 루이 16세의 처형은 단 1표가 결정했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투표지 1장. 하지만 이 1표가 가진 엄청난 위력의 역사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2차 대전 후 폐허였던 독일에서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1949년 총선에서 ‘비스마르크 이후 가장 위대한 독일 정치가’라 불리는 콘라트 아데나워 전 서독 총리가 1표 차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1875년 프랑스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던진 1표 덕분이었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참화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1923년 8월23일 독일 나치당 당수 선거에서 아돌프 히틀러에게 단 한 표만 덜 갔으면 2차대전의 참화도, 홀로코스트도 없었을 것이다.



4·13 총선이 이제 정말 코앞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예전만 못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죽하면 투표 독려를 위해 ‘투표 복권’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서울시장이 대 시민 호소문까지 발표할까. 투표용지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장 2조에 근거해 이 땅의 주인이 유권자임을 명시하는 증명서다. 그 권리를 지켜야 할 때가 왔다. 우리의 1표가 영웅을 탄생시킬 수도, 무능력자를 당선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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