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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이병훈 헉슬리 대표 ¦ 선인장 성분 원료로 고객 충성도 높은 화장품 브랜드 만들 것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확실한 정체성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나왔다. 선인장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을 원료로 사용한 기초 화장품 브랜드 ‘헉슬리(Huxley)’다. 헉슬리는 제품군이 단순하다.
헉슬리를 만든 이병훈 대표는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화장품만 제공하려고 한다. 이병훈 대표를 만나 독특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든 이야기를 들었다.

이병훈 헉슬리 대표




“올해 1월 말 일주일 동안 모로코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선인장 씨앗 기름 재구매 협상차 들렀죠. 헉슬리를 론칭한 지 이제 14개월이 지났습니다. 헉슬리를 만들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현지 선인장 관련 산업 현황도 살펴봤습니다. 미국과 유럽 화장품 업체에서도 선인장 씨앗 기름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어요.”
헉슬리 사무실 곳곳엔 선인장 화분이 놓여 있었다. 헉슬리는 이병훈 대표가 2015년 12월 출시한 여성용 기초 화장품 브랜드다. 선인장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을 원료로 사용했다. 제품이 좋다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브랜드가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 원 정도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6년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를 9조355억 원으로 추정했다. 2007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8.7%라고 밝혔다.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참여 업체도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된 국내 화장품 판매업체는 3,800여곳이 넘는다. 2010년(591곳)보다 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병훈 대표는 이처럼 치열한 경쟁 시장에 발을 디뎠다. 그가 화장품 업계를 훤히 꿰고 있어서 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이병훈 대표는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정보통신총괄 부문에 배치된 그는 5년간 휴대폰 상품기획팀에서 일했다. 이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에서 2년, 삼성벤처투자에서 투자심사역으로 3년을 일했다.
이 대표가 말한다. “삼성에서 일하며 상품기획과 마케팅 실무를 배웠어요. 그 시절 브랜드가 가지는 힘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죠. 저는 독립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 사업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헉슬리의 모든 제품에는 선인장 씨앗 기름과 선인장 추출액이 들어간다.
사진은 헉슬리 토너(왼쪽)와 헉슬리 오일(오른쪽) 에센스.


삼성 근무 시절 ‘브랜드 사업’에 눈떠
그는 40세 되던 해 삼성에서 퇴사했다. 브랜드 사업을 위한 시장 조사 결과 화장품 산업이 눈에 띄었다. 그는 화장품 산업에 대해 공부했다. 이 대표는 색조, 스킨케어, 네일, 헤어 등 수많은 화장품 제품군 중 스킨케어 제품에 해당하는 기초 화장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이 대표가 말한다. “저는 삼성에서 호흡이 긴 업무를 주로 했어요. 휴대폰 상품 기획도 보통 1~2년짜리 프로젝트였고, 벤처기업 투자는 적어도 3년에서 5년을 기다려야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습성이 몸에 뱄어요. 기초 화장품은 제품 수명 주기가 길어요. 고객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고객이 되면 애착과 충성도를 보이는 제품이기도 하죠.”
시장 조사를 마친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2013년 ‘바슐렛(Bachelette·프랑스 고어로 젊은 여성이란 뜻)’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후발주자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았다. 브랜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인 것을 깨달았다. 그는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시작했다. 때마침 이 대표는 지인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대표가 말한다. “모로코 왕실 사람들이 선인장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을 물에 섞어 세안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바로 짐을 챙겨 모로코로 날아갔습니다. 실제 가보니 선인장 씨앗 기름이 모로코 왕실과 베르베르족(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과 사하라 사막에 거주하는 민족) 여성들의 피부관리법으로 이용되고 있었어요.”
이 대표는 선인장 씨앗 기름이 최근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아르간 나무 열매 기름보다 훨씬 높은 보습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선인장 씨앗 기름 성분 중 62%가 리놀렌산이에요. 리놀렌산은 세포에 활력을 주어 피부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물질이죠. 비타민E 성분도 올리브 기름보다 400배 이상 많아요. 비타민E는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해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선인장 씨앗 기름을 사용해 화장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선인장 씨앗 기름은 모로코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선인장 열매 800kg에서 추출할 수 있는 씨앗 기름은 1리터에 불과했다. 1리터 가격이 무려 100만 원에 달했다. 그는 선인장 씨앗 기름 추출 공장과 직거래를 시도했다. “대량 구매를 제안하며 가격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또 현지인들이 비싼 선인장 씨앗 기름 대신 선인장 몸통에서 추출한 수액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저도 선인장 추출액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이 대표는 바슐렛 브랜드의 리뉴얼 작업을 중단했다. 좋은 원료를 찾은 김에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는 바슐렛 브랜드도 버렸다. 대신 헉슬리를 새로운 브랜드명으로 정했다.

1. 토너. 2. 오일. 3. 크림. 4. 사은품으로 제작한 향초와 성냥세트.




넘쳐나는 화장품 시장서 최고 제품 지향
이 대표가 말한다. “혹시 ‘멋진 신세계’를 읽어 보셨나요? 올더스 헉슬리(1894~1963)가 1932년 출간한 책인데 2000년대 중후반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올더스 헉슬리는 책에서 ‘미래는 수많은 정보로 쌓여 사람들은 진정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견했죠. 그가 말했던 미래가 현실이 됐어요. 넘쳐나는 화장품 속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진실하게 알려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헉슬리로 지었습니다.”
헉슬리의 모든 제품에는 선인장 씨앗 기름과 선인장 추출액이 들어간다. 제품에 따라 두 성분의 비율만 달라진다. 헉슬리 제품은 삼성제약의 자회사인 삼성메디코스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 대행업체들을 놔두고 삼성메디코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헉슬리 같은 작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제품을 만들어주지 않더군요. 이미 개발해 놓은 제품 중 하나를 골라 시중에 판매하라는 역제안을 해왔습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화장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줄 테니 그걸 판매하라고도 얘기했죠. 저는 그런 방식으로는 헉슬리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해 발걸음을 옮겼어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이 대표는 지인을 통해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국내 톱 화장품 회사에서 최고가 제품을 만들다가 삼성메디코스에 스카우트된 분이었어요. 그분이 제 고민을 들어보더니 제품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하더군요.”
이 대표는 헉슬리가 만든 무알콜 토너(얼굴 세안 후 피부결을 정돈해주고 기초 화장품의 영양과 수분이 피부 속에 효율적으로 운반될 수 있게 도와주는 화장수), 오일 에센스(피부에 영양을 주는 농축 제품), 크림은 기본 원료가 좋은 데다 고급 기술로 만들어 피부에 바르고 난 뒤 2~3시간이 지나도 촉촉함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헉슬리를 론칭하면서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품 용기, 라벨, 패키지를 미니멀하게 디자인했어요. 제품 용기 소재도 유리나 알루미늄을 사용했죠. 귀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플라스틱 통에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끔 소비자들로부터 헉슬리가 어느 나라에서 수입된 화장품인지 물어 보는 전화가 와요. 헉슬리가 여느 국산 화장품과는 다르다고 느낀 것이죠.”
헉슬리는 판매 제품 수가 적은 편이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만 제공하겠다는 게 헉슬리의 브랜드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말한다. “요즘 화장품 회사들은 얼굴을 국소 부위별로 세분화해 거기에 맞는 제품을 내놔요. 사실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이죠. 헉슬리는 크게 토너, 오일 에센스, 크림 등 세 가지 제품군을 만들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춰 고(高)보습, 항산화, 수분 공급 기능에 특화된 제품 라인을 선택하면 됩니다. 각 제품이 지녀야 할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정도만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제품의 ‘기본’에 대해 말하던 이 대표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토너 출시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토너 제품들 가격이 거의 2만 원대였어요. 헉슬리에서 토너를 만들어보니 3만 원대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3만 원짜리 토너는 너무 비싸다며 제품 가격을 2만 원대에 맞추라고 성화였어요. 2만 원대에 맞추려면 원료를 덜어내야 했는데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3만 2,000원에 토너를 출시했습니다. 헉슬리의 토너는 출시 후 효자 제품이 됐어요.”

이병훈 대표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만 만들고 있다.


“브랜드는 유기체입니다. 자식처럼 키워야 하는 거죠. 돈만 있다고 해서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브랜드도 좋지만, 저는 헉슬리를 ‘아는 사람들만 스스로 찾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제품을 이해해주는 여성들과 함께 헉슬리를 키우는 것이 제 꿈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로 ‘글로벌 브랜드’ 도전장
헉슬리 제품은 현재 자사 온라인몰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 롯데백화점 인천점, 롯데 면세점 소공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등에서 팔리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과 부산 센텀점, 대구 영플라자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입점한다. 헉슬리는 해외 진출도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댈러스, 토론토, 캐나다 밴쿠버 지점)에 입점했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이세탄 백화점(3월)과 소고 백화점(6월)에도 들어간다.
이 대표는 조금 보수적인 유통 채널을 고집한다. “당장 매출을 생각하면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은 굉장한 유혹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독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헉슬리를 노세일(No Sale) 브랜드로 키우려 해요. 충성도 높은 브랜드로 만들고 싶으니까요.”
헉슬리는 가격 할인 대신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사은품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헉슬리는 90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 조향 회사 ‘루지(LUZI)’와 함께 헉슬리만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했다. 이 향을 넣은 향초를 제작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한다. “저는 창업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를 잘 가꾸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브랜드는 유기체입니다. 자식처럼 키워야 하는 거죠. 돈만 있다고 해서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브랜드도 좋죠. 하지만 저는 헉슬리를 ‘아는 사람들만 스스로 찾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제품을 이해해주는 여성들과 함께 헉슬리를 키우는 것이 제 꿈입니다.”

서울경제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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