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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大入 개편 확정] 기하 '선택'으로 살아남았지만…이공계 역량 하향 평준화 우려

4차산업시대 홀대 받는 수학·과학

미국·유럽 등 선진국 대입에 'STEAM' 비중 확대하는데

기하 선택과목으로 빠져 수험생들 얼마나 공부할지 의문

2022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이과의 문과화' 우려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1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고 있다./권욱기자




문·이과가 통합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현재 중학교 3학년 대상)에서 기하(벡터)와 과학Ⅱ(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심화과정)가 선택과목으로나마 출제범위에 남게 됐다. 하지만 기하는 현재 고1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서는 빠지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맞춰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교육을 강화하는 국제 흐름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중국·일본·유럽·싱가포르 등이 대학 입시에서 STEAM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17일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한 것에 대해 과학계와 수학계는 “수능에서 기하가 빠지기로 돼 있다가 선택과목으로라도 남아 다행”이라면서도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택일하도록 하면 기하를 선택할 학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본지 7월30일자 1·4·5면 참조

그동안 과학·수학계는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에서 기하를 완전히 빼고 이듬해에는 이공계열 진학 학생도 확률과통계·미적분 중 택일하고 ‘과학Ⅱ’는 아예 배제하며 과학탐구Ⅰ의 한 과목과 사회탐구 한 과목을 각각 선택하도록 한 것에 대해 집단 반발해왔다. 가뜩이나 이공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학·과학 교육을 홀대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UC버클리대의 인공지능(AI) 입문 교재에는 AI에 벡터와 매트릭스 계산 등을 포함한 기하와 선형대수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역학의 기본인 기하가 AI는 물론 빅데이터와도 관련돼 있고 전자·컴퓨터공학·기계공학·건축·바이오의료 등의 분야와도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AI 소프트웨어(SW)인 텐서플로도 3차원인 벡터에 시간개념을 넣어 4차원으로 만들어 미래예측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수능에서 기하를 없애지 않고 선택과목으로라도 남겨놓았지만 AI가 대세인 시대 흐름과는 걸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 2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해 수학·과학 교육의 질적 수준을 세계 36위(2016년)에서 15위(2040년)로 끌어올리겠다며 수학·과학 교육 강화를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현재도 수능에서 서울대만 과학Ⅰ과 과학Ⅱ에서 각각 다른 과목을 하나씩 의무화했을 뿐 나머지 대학은 과학Ⅰ과 과학Ⅱ를 가리지 않고 두 과목을 택하도록 해 대부분 과학Ⅰ만 선택한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은 “AI는 기하·벡터·매트릭스·확률통계 등과 관련이 깊다”며 “현재도 미적분을 제대로 듣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앞으로 과연 기하를 얼마나 선택해 제대로 공부하고 들어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과의 문과화’ 경향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다. 이향숙 대한수학회 회장(이화여대 수학과 교수)은 “기하가 수능에서 아예 배제되면 고교 편성 시간표에도 빠져 정상운영이 안 될 텐데, 선택과목으로라도 남게 돼 안도감이 든다”면서도 “문과로의 통합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되며 고교 수학·과학 교육이 소홀해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과학계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반영해 기하와 과학Ⅱ가 선택과목으로라도 남아 과학계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문·이과 통합 방향이 왠지 문과로의 통합인 듯한 인상이 든다”며 STEAM 교육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수학·과학을 주입식·문제풀이식으로 가르치는 교육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권 회장은 “기초개념을 강조하며 창의적·논리적으로 응용하게끔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는 외우고 문제푸는 쪽으로 흘러 기초가 부실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반고 과학교사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어넣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 조금만 학습지도범위를 넘어 가르치거나 시험문제를 내면 바로 교육부의 징계대상이 된다”면서 “교육부가 열정 있는 젊은 교사들의 의욕을 완전히 꺾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내 한 일반고 과학중점반 재학생은 “기하 논란을 계기로 학교와 당국에서 수학·과학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재미있게 길러주는 교육풍토 조성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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